"당신과 주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적어도 1m 이상 거리를 둔 채 걸어야 합니다."

미국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4족 로봇 ‘스팟’이 최근 싱가포르 중심부에 있는 한 공원에서 시민들에게 보내고 있는 경고 메시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싱가포르 정부가 공원에 스팟을 투입한 것이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는 공원에서 활동하는 스팟의 모습을 공개해 주목받기도 했다.
싱가포르 공원을 걷고 있는 '스팟'. /스트레이츠타임스 유튜브 영상 캡처
싱가포르 공원을 걷고 있는 '스팟'. /스트레이츠타임스 유튜브 영상 캡처
스팟은 양떼를 모는 '양치기' 역할도 하고 있다. 로봇 소프트웨어 기업 로코스는 최근 뉴질랜드의 한 목초지에서 양을 모는 스팟 모습이 담긴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스팟은 과수원, 바위 언덕, 나무 다리 등을 지나 양떼를 몬다. 로봇에 적용된 적외선 카메라, 실시간 매핑 기술, 센서 등이 소개됐다.
스팟이 양을 치는 목동 역할을 하고 있다. /로고스 유튜브 영상 캡처
스팟이 양을 치는 목동 역할을 하고 있다. /로고스 유튜브 영상 캡처
스팟은 키 84㎝, 무게 25㎏의 네 발 로봇이다. 네 다리로 계단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리기도 한다. 머리에 5㎏짜리 로봇 팔을 장착하면 문을 열고 컵을 집을 수도 있다. 회사 측은 정확한 가격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해부터 스팟을 임대 방식으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스팟 임대료는 장착 옵션이나 임대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스팟은 한번 충전에 90분간 작동할 수 있다. 화물 탑재 능력은 최대 14kg이다.
유니트리 4족 로봇 A1. /유니트리 제공
유니트리 4족 로봇 A1. /유니트리 제공
최근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로보틱스는 최신 4족 로봇 '에이원(A1)'을 선보였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에서 처음 공개된 이 로봇의 크기는 폭 30㎝, 길이 62㎝ 정도다.

스팟보다 작지만 더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A1의 최고 속도는 시속 11.88㎞이다. 이는 성인 남성의 조깅 속도 수준이다. 스팟의 최고 속도가 시속 6㎞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두 배가량 빠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스팟'(왼쪽)과 유니트리 '라이카고'. /유니트리 유튜브 페이지 캡처
보스턴 다이내믹스 '스팟'(왼쪽)과 유니트리 '라이카고'. /유니트리 유튜브 페이지 캡처
A1의 중량은 배터리를 포함해 약 11.7㎏이다. 한번 충전하면 최대 2시간30분가량 작동할 수 있다. 적재 중량은 최대 5㎏까지 가능하다.

A1의 가격은 아직 공식적으로 책정되지 않았지만 1만달러(약 1200만원)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유니트리는 4족 로봇 '라이카고' 시리즈를 발표하기도 했다.
네이버가 MIT와 함께 지난해 공개한 4족 보행 로봇 ‘미니 치타’
네이버가 MIT와 함께 지난해 공개한 4족 보행 로봇 ‘미니 치타’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함께 4족 보행 로봇 '미니 치타'를 공개하기도 했다. 미니 치타는 무게 9kg, 최대 시속은 8km 수준이다. 네이버는 미니 치타에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계단 또는 비포장길에서도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보행 로봇을 내놓는 게 목표다.

스위스 애니보틱스는 '애니멀'이란 이름의 4족 로봇을 선보였고, 미국의 로봇개발업체 고스트로보틱스는 지난 2월 3차원(3D) 프린팅 업체 오리진과 협력해 로봇 개 '스피릿'을 공개하기도 했다. 3D 프린터를 활용해 가격을 낮춘 게 특징이다. 오리진은 "3D 프린팅으로 출력한 부품은 공작기계로 제작한 것과 품질은 비슷하면서도 비용은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