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코니쿠
사진=코니쿠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가 폭발물 냄새 등을 감지할 수 있는 해파리 모양 센서를 기내에 설치할 계획이다. 실리콘밸리 신경기술(뉴로테크) 스타트업 코니쿠가 개발한 센서로 살아 있는 세포를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코니쿠는 분자 화합물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생물 세포를 이용한 해파리 모양의 센서 시제품을 개발했다. 위험 화학물질 등을 식별할 수 있는 폭발물 탐지견을 모방한 기술이다. 에어버스는 이 센서를 연말께 설치할 예정이다.

현재 이 센서는 폭발물 등 악취를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미래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같은 질병까지 탐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줄리앙 투조 에어버스 미주 보안책임자는 "코니쿠 기술은 최상의 조건에서 10초 미만의 매우 빠른 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기능이 더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기계는 보고, 듣고, 만지고, 움직이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냄새를 맡는 능력은 매우 어려운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기계는 후각에 있어서는 인간 수준에도 근접하지 못했다.

후각이 발달한 개들은 뛰어난 탐지 능력을 갖고 있다. 하버드 헬스에 따르면 훈련된 개들은 증상조차 보이지 않는 환자의 소변 샘플에서 전립선암을 거의 문제 없이 탐지할 수 있다.
사진=에어버스
사진=에어버스
에어버스는 코니쿠의 기술이 살아 있는 세포로 기능을 강화한 실리콘 프로세서를 만들게 해준다고 설명한다. 현재 시제품으로 개발된 이 자주색 해파리 모양 센서들은 생물학에 기반해 개발한 것들이다.

2015년 코니쿠를 설립한 나이지리아 출신 물리학자 오시오레노야 애거비는 "코니쿠의 출발점은 바로 이것"이라며 "생물학이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공기를 들이마셔 무엇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우리가 하는 일은 인간배아신경(HEK·human embryonic kidney) 세포나 성상 세포와 같은 뇌 세포를 채취해 후각 수용체를 갖도록 유전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니쿠는 직원이 20명도 안되는 회사다. 지금까지 투자 유치액은 550만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에어버스는 코니쿠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코니쿠 센서는 앞으로 전염성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들을 탐지할 수 있도록 개발될 수도 있다.

FT는 "특정한 질병이 어떻게 특정한 악취를 내는가를 알게 된다면 센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악취들의 분자 구조가 지도화된다면 기계들은 그 패턴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니쿠는 항공 산업을 넘어 농업, 국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센서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암 등 질병의 조기 발견을 위해 마치 음주측정기 형태의 가정용 제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애거비는 "아침에 일어나서 우리 장치에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건강 상태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인텔
사진=인텔
지난 3월 인텔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신경망 방식) 칩인 '로이히'가 10가지 유해 화학물질의 냄새를 확인하도록 훈련시킨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인텔 신경계 컴퓨팅 연구소의 마이크 데이비스 소장은 "이른바 '전자 코' 시스템의 첫 번째 사용처는 폭탄과 (유해물질) 누출 감지 분야일 것"이라며 "먼 미래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질병 감지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