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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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D램 모바일 고객 수요는 줄었으나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등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며 이를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개인 컴퓨터(PC)용 D램 출하 비중이 높았고 우호적 환율 환경도 한 몫 했다.

SK하이닉스는 향후 수요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메모리·서버시장에 중심을 두면서 낸드플래시 부문 흑자전환도 올해 4분기에 이루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7조1989억원, 영업이익 8003억원(영업이익률 11%), 순이익 6490억원(순이익률 9%) 등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영업익이 전 분기보다 231% 상승해 작년 1분기 이후 최대 실적을 올렸다.

차진석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에서 1분기 수익성 개선에 대해 "10나노급 2세대(1y)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 96단 제품의 수율이 향상돼 비용 절감이 이뤄진 것과 전 제품의 ASP(평균판매가격)가 상승했다"며 "1분기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영업익 측면에서 700억원 정도의 이득을 얻은 것으로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서버용 반도체 가격 상승에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시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 갈수록 서버용 반도체 수요도 약세를 띨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선 "서버뿐 아니라 스마트폰 등 모든 응용분야에서 불확실성이 큰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중장기 성장 추세는 견조하다고 판단한다. 하반기에는 고용량 서버용 반도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분기 출하 계획과 관련해선 "D램은 전 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낸드는 약 10%의 출하량 증가를 계획하고 있다"며 "D램과 낸드 재고는 정상 수준으로 급변하는 수요에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고객사 재고 수준은 점차 개선되는 상황. 차 CFO는 "재고의 경우 2분기 말에는 1분기보다 더 줄어든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낸드 플래시는 1분기 말 기준 정상 수준 이하이며 2분기는 판매에 따라 추가 축소가 점쳐진다. 2분기 D램 재고 수준은 1분기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낸드플래시 부문 손익분기점 달성은 올해 4분기로 잡았다. 1분기 낸드플래시 판매가 늘며 큰 폭의 단위당 원가절감을 이뤄내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연말 전까지는 수익성 개선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예측이다. SK하이닉스는 "96단 낸드플래시 수율 상승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며 "워낙 수급 상황 변수가 많아서 예측이 쉽지 않지만, 지금 추세로 진행되면 당초 회사가 의도했던대로 4분기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이라고 했다.

시설 투자의 경우 지난해 대비 상당폭 줄인다는 기존 계획을 유지한다. 다만 중국 우시 팹 확장 이후 장비 반입 등 당초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최신 반도체 공장인 이천 M16도 연말 내 클린룸을 완공할 계획이지만 조기 가동은 없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장비 관련 투자는 공정 미세화에 중점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M10 D램 캐파의 이미지센서 전환과 낸드플래시 웨이퍼 캐파의 3D 전환도 기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의 경우 "1분기까지는 생산 및 장비 부품 반입에 의미있는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 팹은 정상 가동 중"이라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올해 하반기로 가면서 실질적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협력사 및 고객사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단 스마트폰 수요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봤다. SK하이닉스는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의 확산이 글로벌 IT 수요의 불확실성을 야기했다. 스마트폰 판매 둔화가 불가피해 모바일 D램 및 낸드 수요는 상반기 중심으로 당초 예상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국 경제 회복, 5G(5세대 이동통신) 수요 촉진을 위한 정책 추진 등으로 하반기에는 스마트폰 판매가 일부 개선될 여지는 있어 보인다. 2분기 고객사와 모바일D램 가격 물량 협의도 이미 완료됐다"고 강조했다.

PC 서버향은 예상 대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회사 측은 "PC는 중국 의존도가 높아 중국 생산공장 1분기 가동중단으로 감소했지만 2분기부터 빠르게 회복이 예상된다. 서버는 재택근무 등 비대면 증가, 인프라 확충 필요성 등으로 일부 서버 클라우드 업체에선 도리어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하반기부터는 그래픽 D램 판매가 늘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 휴대용 게임기와 PC용 GDDR 수요가 견조했다"면서 "하반기 GDDR6와 HBM2E 중심으로 판매가 늘 것으로 기대한다. 하반기 신규 게임콘솔 향 SSD 판매 확대도 추진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