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경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드론(무인항공기)을 활용한다. 앞서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거리에 있는 군중들을 분산하기 위해 썼던 방식이다. 드론은 코로나19로 봉쇄된 지역에 물건을 배달하는 데도 활용되고, 사람의 체온을 재는 데도 이용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 남부 도시인 출라비스타 경찰은 중국 DJI가 만든 1만1000달러짜리 드론 2대를 사들여 스피커와 야간 비전 카메라를 장착하기로 했다. 출라비스타 경찰은 "지금껏 우리는 드론에 스피커를 장착한 적이 없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넓은 지역에서 사람들을 분산시켜야 할 경우 경찰관 대신 드론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론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드론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선전시의 드론 제조업체 MMC는 상하이·광저우 등에 드론 100여 대를 투입해 감염 위험 지역을 순찰하고 살균제를 살포했다.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발견하면 확성기로 경고하기도 한다. 한 중국 언론은 드론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게 “집에 머무르는 것이 편하지 않습니까. 마스크를 쓰지도 않았네요. 필요하지 않은 경우 집 밖에 나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장면을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우한에서는 코로나19로 긴급히 병원을 건설할 때 드론이 야간 조명을 제공했다. 장시성에서는 드론이 고층 아파트 건물 사이로 날아다니면서 안면인식 기술과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주민들의 체온을 측정하기도 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의 출입이 통제된 지역에 드론을 투입해 배송하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와 캄파니아주 등은 드론을 띄워 공중 감시 체제를 가동했다. 지난 20일 프랑스 니스에서는 확성기를 장착한 드론이 해안가를 따라 날아와 사람들에게 "서로 거리를 두라"고 경고했다.

미국 경찰은 중국산 드론을 활용하는 것이 보안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고성능 드론 제조업체인 임파서블 에어로스페이스의 스펜서 고어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메이드 인 USA' 하드웨어를 사용해 드론을 제작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미친 듯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어 CEO는 "이제 전 세계에서 카메라와 확성기가 달린 드론을 이용해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있으면 경고를 할 것"이라며 "이는 오웰적인(Orwellian·전체주의적)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DJI의 브렌던 슐만 정책·법률 담당 부사장은 "국가 비상사태라는 점을 감안해 미 연방항공청(FAA)은 드론 운항에 대한 제한 조치를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FAA의 한 관계자는 "드론이 자율적으로 또는 조종사의 시야를 벗어나 운행할 때도 안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