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의 연매출이 사상 첫 3조원을 돌파했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부문에서 톡비즈의 저력이 끌고, 카카오페이·카카오T 등 신사업의 활약이 미는 환상적인 호흡이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 가운데 올해는 '2020년을 K 콘텐츠의 글로벌 전파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까지 더해져 콘텐츠 부문의 확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13일 카카오는 2019년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27.8% 상승한 3조897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6년 회사 설립 이래 최고 매출로, 4분기 연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8.8% 증가한 8672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영업이익도 2066억 원으로 183.2% 급증했다. 4개 분기 연속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었다.

카카오가 매출 3조원 시대를 열 수 있었던 동력으로는 카카오톡에 광고를 넣는 '톡보드'의 안착으로 인한 톡비즈의 매출 급성장이 꼽힌다. 더불어 카카오T대리와 카카오T블루 등의 사업 확장이 연말 성수기와 만나 매출 증대를 도모했으며, 페이의 결제 거래액 성장과 금융 상품 출시 등 신규 사업 역시 실적 개선에 크게 한몫했다.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것은 콘텐츠 부문이다. 콘텐츠 부문 연간 매출은 1조6551억 원으로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성장해 4233억 원을 기록했다. 음반 유통 매출의 성장과 카카오M의 신규 매니지먼트 회사 편입 효과, 카카오IX의 프렌즈 IP를 활용한 글로벌·온라인 매출 성장이 고루 시너지를 내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
사진=카카오M
사진=카카오M
카카오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간 무려 9개의 계열사를 추가했다. 계열사 편입은 은행업, 운송업, 매니지먼트업, 공연업 등 다양하게 이뤄졌다. 그 중 대중문화 쪽과 연계된 것은 가수 아이유가 소속된 이담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프로듀서 레이블 플렉스엠, 공연기획사 쇼노트에 매디슨카운티의 다리까지 동반 편입해 무려 4개에 달한다.

이미 대중문화업계에서 카카오의 존재감은 눈에 띄는 정도다.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 운영 외에도 티켓판매 서비스인 멜론 티켓을 통해 음악 분야를 넘어 공연 및 문화 영역으로까지 몸집을 부풀려 나갔다. 여기에 인디레이블이었던 문화인을 분사하고, 작곡가 레이블 플렉스엠을 신설해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등 합리적인 방향으로 종합 콘텐츠 회사로서의 기반을 정립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엔터 및 콘텐츠 영역에서의 '카카오 네트워크'다. 카카오는 지난해 1월 김성수 전 CJ ENM 대표를 영입한 이후 공격적으로 엔터업계에 손을 뻗고 있다. 기존 가수 엔터테인먼트로 자회사 스타쉽, 플레이엠, 크래커를 두고 있었는데, 이후 배우 부문까지 확장을 시도해 보유 중이었던 E&T스토리를 기점으로 BH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컴퍼니, 숲엔터테인먼트까지 인수했다.

영화사 월광과 사나이픽처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영화사 월광은 '검사외전', '보안관', '돈' 등의 작품을 탄생시킨 곳으로 '군도: 민란의 시대', '공작'의 윤종빈 감독이 대표로 있다. 사나이픽처스는 그간 '신세계', '무뢰한', '아수라' 등을 선보였다. 아울러 카카오는 드라마 제작 자회사 메가몬스터도 두고 있다. 대표는 CJ ENM의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창립 멤버인 이준호다.

사실상 카카오는 이제 가수, 배우, 영화, 드라마, 영상, 공연까지 방대한 콘텐츠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카카오가 지닌 지적재산권(IP)의 활용 또한 더 다양한 루트로 자유롭게 가능해졌음을 뜻한다. 여기에 10~20분짜리의 짧은 영상인 '숏 폼(Short-form)'의 인기에 힘입어 숏폼 콘텐츠도 준비 중이다. 앞서 MBC 출신의 예능 PD 박진경, 김민종, 권해봄을 대거 영입했기에 더욱 기대가 모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카오는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올해 상반기 신입직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삼성전자와 CJ제일제당, 네이버 등을 제치고 취업목표 대기업 1위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카카오의 탄탄한 성장 동력과 추진력을 이유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단연 '탐나는 자리'가 됐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플랫폼 분야는 물론, 엔터 및 대중문화 쪽에서도 이미 견고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의 사례들로 체계성에 대한 신뢰가 쌓인 상태고, 마구잡이식이 아닌 전략적 확장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고 전했다. 단 "가지고 있는 툴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안주하지 않고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민수 대표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를 K-콘텐츠 전파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여 대표는 "카카오M에서도 경쟁력 있는 스토리, 스타 IP와 영상 제작 역량 등을 기반으로 국내외서 사랑받을 수 있는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며 "글로벌 사업자로 한 단계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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