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기업 케마스가 올해 독일에서 비소 기반의 항암제 CM7919의 임상 1상을 시작한다고 알려지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소가 독성이 강한 중금속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약 원료' 비소로 항암제를 만든다고?
비소는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물질이다. 다량 노출되면 방광암 폐암 피부암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 사약을 제조하는 데 쓰였던 재료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0년 설립된 케마스가 개발 중인 CM7919는 자체 기술을 적용해 비소와 산소를 결합한 합성의약품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다.

김태식 케마스 대표는 “비소는 매독 치료제로 개발되는 등 오래 전부터 약으로 쓰여왔다”며 “원천기술을 통해 비소의 독성은 제거하고 항암 효과는 높인 물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CM7919는 신생혈관 억제, 암세포 자살 유도, 방사선 치료 효과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약물의 효능을 밝힌 논문 30여 편이 다수 학술지에 실렸다.

케마스는 2005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암환자 15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했다. 이 중 10명의 암 진행이 멈췄다. 부작용은 식욕 부진 등으로 경미했다. 김 대표는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장기간 저용량을 경구 투여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파클리탁셀 등 기존 항암제와 병용하면 효능이 더 커지는 것도 확인했다.

케마스는 2007년 국내 임상 2상 승인을 받았지만 비소가 함유된 원료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는 국내 생산시설의 부재 등으로 임상을 중단했다. 이후 독일에서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 현지 생산시설을 물색하고 미국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계약하는 등 후속 임상을 준비해왔다. 약물의 작용기전을 밝히기 위한 연구도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출시된 비소 기반 항암제는 이스라엘 제약사 테바가 2000년 미국과 유럽에서 급성 전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로 허가받은 트리세녹스뿐이다. 김 대표는 “CM7919가 트리세녹스와 비슷하게 비소로 제조돼 독성이 강할 것이라는 오해가 많다”며 “회사 고유의 제법을 통해 독성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케마스는 올 상반기 독일에서 임상 1상을 승인받을 계획이다. 뇌암 췌장암 등 치료제가 없는 암을 표적으로 삼아 2022년께 희귀의약품으로 허가받는 게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독극물인 비소 기반 치료제인 만큼 과학적인 자료가 충분히 뒷받침돼야 신약으로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