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거센 반대에도 영국의 5세대(5G) 통신 장비 시장을 뚫은 화웨이에게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도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29일(현지시간) IT 전문 매체 '엔가젯'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EU 회원국들로 하여금 5G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 '안보 고위험' 공급자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정했다.

주목할 점은 특정 국가나 공급자에 대한 명백한 금지를 촉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날 영국 5G 네트워크 구축사업 참여가 허용된 화웨이로선 또다른 호재가 된 셈이다.

이로써 EU 회원국들은 '자체적'으로 네트워크 공급자의 안보 위험성을 평가한 후 위험성이 큰 공급자는 핵심 기반시설에서 배제할 수 있게 됐다.

위원회는 회원국들에게 오는 4월30일까지 이 지침을 시행하고, 6월30일까지 지침 시행 보고서를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다만 이번 지침은 EU 회원국의 동의를 거친 권고안일 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

유럽 5G 시장 진출 가능성이 열린 화웨이는 환영을 뜻을 밝혔다. 화웨이는 "EU의 이번 지침은 유럽 내 5G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 자사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로이터는 "사실상 EU 각 회원국이 화웨이를 이용할지에 대해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허용한 영국의 사례를 따른 것"이라며 "미국에 또 한번의 타격을 가한 것"이라고 평했다.

그간 미국은 화웨이의 통신 장비가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장비를 쓰는 국가와는 정보 공유를 즉각 중단하겠다며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압박해왔다.

다만 미국 주도의 '반 화웨이 전선'은 이번 EU 집행위원회의 지침으로 금이 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영국 정부는 국가안보회의(NSC)를 열고 5G 네트워크 구축사업에 화웨이의 참여를 공식적으로 허용하기도 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