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노면에 적용되는 '압전 발전장치'를 개발한 성태현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 한양대 제공
도로 노면에 적용되는 '압전 발전장치'를 개발한 성태현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 한양대 제공
주행 중인 차량의 압력을 전기 에너지로 활용해 도로 위 센서를 작동시킬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해당 기술이 활용되면 블랙아이스 등 도로 노면의 변화 상황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한양대는 성태현 전기·생체공학부 교수팀이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의 하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압전(壓電) 발전장치’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차량이 도로 위를 달릴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진동, 변형, 마찰로 인한 기계 에너지 형태로 소비된다. 도로 위에서 버려지는 이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활용하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연구가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낮은 발전량으로 인해 상용화 단계엔 이르진 못했다.

성 교수팀은 발전량을 높이기 위해 전력 밀도가 높은 세라믹 압전 소재를 활용했다. 이 소재를 도로 노면에 적용하면 차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킬 수 있다. 성 교수팀이 개발한 압전 발전장치는 차량 한 대가 지나갈 때마다 전력 10밀리와트(mW) 규모의 무선 센서를 10초가량 발전시킬 만큼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해외 연구 결과보다 10배 이상 많은 발전량이다.

해당 연구가 상용화되면 외부 전력 공급 없이도 도로 노면의 온도, 습도, 압력, 변형 등을 측정하는 센서를 작동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겨울철 교통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블랙아이스 유무를 미리 파악하는 등의 사고 예방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성 교수는 이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10월 에너지 환경 분야의 노벨상으로 꼽히는 ‘에니 상(Eni Awards)’의 2020년 수상 후보자로도 추천 받았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