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테크시티 전경 /한경DB
런던 테크시티 전경 /한경DB
미국에 실리콘밸리가 있다면 영국에는 런던 테크시티가 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투자자, 대기업이 거대한 생태계를 조성해 유럽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기업으로 유명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마인드도 런던에서 태동했다.

테크시티는 기술 기반의 창업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런던 동부에 마련한 클러스터다. 초기에는 100개에도 미치지 못했던 입주 기업이 2~3년 만에 2000개를 훌쩍 넘어섰다. 런던의 대표적인 우범지대가 혁신의 메카로 변신했다.

전문가들은 테크시티 성공의 핵심으로 ‘초기 기업투자법(SEIS·seed enterprise investment scheme)’을 꼽는다. 2012년 4월 도입된 일종의 크라우드펀딩 제도다. 투자자가 기술 기업에 투자할 경우 기업이 사업화에 실패하더라도 투자금의 최대 75%까지 세금 환급 등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스타트업이 성공하면 투자금의 수십 배에 달하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투자금 상당액을 보전받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것이다. 1억원을 투자한다고 할 때 어떤 경우에라도 7500만원의 원금이 보장되고, 성공하면 몇 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어 민간 자본 유입이 활성화됐다. 다만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한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때문에 테크시티에서는 수시로 기업 투자설명회(IR)가 열린다.

한국도 테크 스타트업에 자금 조달의 숨통을 터주려면 정부 자금 의존도를 낮추고 민간 자본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은 시중에 흘러넘치는 유동성이 안전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부동산에 몰리고 있다. SEIS처럼 투자금을 세금 환급으로 상당액 보전해주는 제도가 있다면 테크 스타트업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를 수 있다.

박희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민간 자본이 주도하는 생태계를 마련해 중국, 일본, 홍콩 등의 인재까지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들고 한국으로 몰려오는 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