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국내 기업이 후보물질 발굴 단계부터 임상, 판매 허가까지 신약 개발의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해 FDA 관문을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뇌전증은 뇌 특정 부위에 있는 신경이 흥분해 반복적인 발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전 세계 환자 수는 7600만 명 안팎이다. 다국적 제약사 UCB제약의 빔펫 등 치료제가 있지만 환자의 절반 이상은 발작 증상을 겪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중증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임상에서 확인했다”며 “기존 치료제에 비해 경쟁력을 갖췄다”고 했다.

뇌전증 치료제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61억달러(약 7조원)였다. 미국 시장 비중은 50%를 넘는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의 연 매출이 1조원을 웃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4~5월께 미국에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SK바이오팜 자회사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유통을 맡는다. 국내 기업이 국산 의약품을 미국에서 직판하는 첫 사례다.

업계에서는 엑스코프리가 한국 바이오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 FDA 관문을 통과한 국산 신약은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수출돼 미국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연구개발(R&D)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익/이우상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