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기업문화 혁신을 통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기업으로 손꼽힌다.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 마이크로소프트웨이에 있는 MS 본사 전경.   한경DB
마이크로소프트(MS)는 기업문화 혁신을 통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기업으로 손꼽힌다.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 마이크로소프트웨이에 있는 MS 본사 전경. 한경DB
마이크로소프트(MS) 직원들은 업무상 연락할 때 여러 개 사내 메신저를 쓴다. 임원과는 MS ‘팀즈(Teams)’를, 직원끼리는 ‘야머(Yammer)’, 대외 업무와 관련해서는 ‘링크트인(Linkedin)’을 이용한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사진)의 ‘맞춤형 직원소통’ 전략이 반영된 사례다.

디지털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은 디지털 변혁의 흐름에 융화할 수 있도록 조직을 탈바꿈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업구조를 과감히 개방해 ‘오픈이노베이션’으로 개편한 점도 특징이다.

1위 명성 되찾은 MS

2014년 나델라 CEO가 새롭게 취임했을 당시 MS는 위기였다. 빌 게이츠가 은퇴한 이후 빠르게 성장한 모바일 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하며 매년 실적이 추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4년 868억달러이던 매출은 지난해 1103억달러로 21% 증가했다. 이 기간 주가는 40달러대에서 이달 18일 150달러 수준까지 세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MS가 부활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단 5년 만에 ‘잠자는 공룡’ MS를 춤추게 한 비결은 생산성에 초점을 맞춘 대대적인 디지털 조직 혁신에 있었다.

"개인 성과 버리고 디지털 협업시스템 구축"…공룡 MS 부활시킨 힘
나델라 CEO는 취임 후 성과보다 협업을 강조했다. 관료주의적 조직문화로 인해 MS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을 적극 수용한 것이다. “개개인이 더 훌륭한 성과를 내는 문화가 아니라 원활한 협업이 이뤄지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게 나델라 CEO의 경영철학이었다. 이 같은 신념에서 나온 것이 ‘커넥트(connect)’다.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기록해두고 동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게 한다. 현재 업무가 목표 수준에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더 신속하게 처리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등도 찾아내 알려준다. 이 시스템은 다수가 동시다발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A가 “여기서 더 보완할 것이 없느냐”고 질문하면 B가 답하고, 이와 관련해 C와 D도 피드백을 건네는 식이다. 다수의 작업자가 자유롭게 소통하고,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조직의 일원임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오피스 프로그램을 개발해 MS 조직에 적용했다. 직원들은 사무실 외에 어디서든 클라우드 방식을 활용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사무실 내 자율좌석제는 기본이다.

효율적인 협업을 위해선 공동문서 작업 툴 ‘원 노트’를 이용한다. 문서 검색 때는 인공지능(AI)이 먼저 자료를 찾아준다. 회의 시간을 잡을 때도 일정 공유 프로그램 ‘아웃룩’으로 서로의 빈 시간을 편하게 확인한다. MS의 시스템을 MS 직원들이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조승용 AT커니코리아 대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은 기술과 이를 잘 적용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공존해야 실현할 수 있다”며 “MS는 이를 잘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도이치텔레콤, 범유럽을 네트워크로 연결

‘분리된 조직을 하나로’라는 이념에서 디지털 조직 혁신을 달성한 기업도 있다. 독일의 대표 통신사 도이치텔레콤이다.

도이치텔레콤은 ‘팬넷(Pan-Net)’이라는 범유럽 네트워크를 쓴다. 국경을 뛰어넘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이를 통해 사무공간에서만 이뤄지던 전통적인 업무를 세계 각국을 넘나들며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사무실에서는 팬넷을 자신들의 근무환경에 맞게 맞춤형으로 전환해 이용할 수 있다.

팬넷을 통해 도이치텔레콤은 사무공간에 국한돼 있던 각종 서류업무를 전면 디지털화했다. 이를 통해 관련 인력을 70% 감축했다. 다른 국가와의 협업도 강화했다. 팬넷 기반에서는 어느 국가와도 빠른 업무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SK텔레콤과는 5세대(5G) 이동통신 등과 관련해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도이치텔레콤은 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전문조직을 신설했다. 독일과 그리스의 ‘디지털 퓨처 캠퍼스’를 통해 수백 명의 사내 전문가를 육성했다. 이 전문가들은 일선 도이치텔레콤 직원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교육을 하고 있다. 고객을 위해서는 ‘사람과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의 챗봇(대화형 로봇)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도이치텔레콤은 기존에 사람이 직접 수행하던 레거시(legacy: 현재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과거 체계) 시스템을 완벽히 디지털로 대체했다”고 평가했다.
"개인 성과 버리고 디지털 협업시스템 구축"…공룡 MS 부활시킨 힘
우리의 미션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 모든 기업에 힘을 주고 더 많은 걸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디지털 업무를 위한 생산성 서비스를 모든 기기로 확장하는 기술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