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상암문화광장에서 8일 개막한 ‘2019 서울 스마트모빌리티 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독일 드론제조업체 볼로콥터가 만든 유인드론 ‘2X’ 설명을 듣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서울 상암동 상암문화광장에서 8일 개막한 ‘2019 서울 스마트모빌리티 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독일 드론제조업체 볼로콥터가 만든 유인드론 ‘2X’ 설명을 듣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오후 6시 미국 JFK공항. 늦어도 6시 반까지는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에 있는 직장에 가서 한국에서의 협상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상황. 앱(응용프로그램)에서 결제하고 바로 공항 인근에 있는 드론택시에 올라탔다. 승객 네 명을 실은 드론택시가 공항 인근 터미널에서 약 35㎞ 떨어진 월스트리트에 있는 빌딩을 향해 이륙했다. 순식간에 500m 상공으로 수직 상승한 드론택시는 8분 만에 월스트리트 한가운데 있는 주차장에 착륙했다. 한국으로 치면 강남역에서 인천국제공항터미널까지 차로 1~2시간 걸리는 거리를 10분도 채 안돼 도착하는 셈이다.

이것이 우버의 유인드론택시 ‘우버에어’ 구상이다. 가격은 25만원 정도로 현재 우버가 운행 중인 고급 택시 ‘우버블랙’보다 조금 비싼 수준이다. 우버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연방항공청(FAA) 등의 협조를 얻어 내년부터 댈러스와 로스앤젤레스(LA) 등에서 우버에어 시험 비행을 시작한다.

우버에어를 비롯 드론택시의 미래를 보여주는 ‘서울 스마트모빌리티 엑스포 2019’가 서울시 주최로 8일 마포구 상암동 문화광장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9일까지 계속된다. 전시회에서는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드론택시를 비롯한 자율주행모빌리티 제품들이 대거 공개됐다. 중국 드론회사 이항과 독일 드론회사인 볼로콥터, 차량공유서비스 회사지만 드론택시를 개발 중인 우버 등 글로벌 업체들이 각자 주력 드론모델을 선보였다. 한국 자율주행업체들은 인간이 종종 주행을 보조하는 자율주행 3단계를 넘어선 제품도 내놨다. 운전자가 자느라 운전을 못하는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4단계 차량이다.
8일 서울 상암동 상암문화광장에서 열린 ‘서울 스마트 모빌리티 엑스포’에서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상암동 상암문화광장에서 열린 ‘서울 스마트 모빌리티 엑스포’에서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론택시 해외에선 2023년부터 상용화

우버는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한 번의 결제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우버에어로 공항에서 월스트리트로 이동하고 나면, 월스트리트에서 원하는 빌딩으로 가기 위해 우버가 개발한 전기자전거 ‘우버점프’를 타는 식이다. 우버에어 시험비행을 하기로 한 댈러스 등에서는 우버에어 정거장인 ‘스카이포트’도 제작하고 있다. 우버는 2023년까지 항공탑승공유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엑스포에서는 시속 150㎞의 속도로 30분간 비행이 가능한 드론 ‘이항216’을 볼 수 있다. 중국 드론회사인 이항이 개발한 유인드론으로 이미 중국과 유럽,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항은 교통체증이 심한 해외 도시로 드론택시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에는 중국민용항공총국(CAAC)으로부터 드론택시 시범 운영을 처음으로 승인받았다. 이항은 현재 광저우시에서 드론택시 노선을 만들고 있다. 2023년부터 광저우시에서 상용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다만 여전히 2시간에 달하는 충전시간은 숙제다.

독일 볼로콥터가 선보인 드론택시 ‘2X’는 좌석을 가운데 두고 18개의 프로펠러가 둘러싼 모양이다. 드론 측면의 문을 열어 보니 아무런 조작장치도 없었다. 목적지를 선택하고 누르는 화면이 전부다. 자율비행시스템이 관제시스템과 연계해 알아서 탑승자를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식이다. 2X의 최고 속도는 시속 110㎞, 비행거리는 35㎞다. 이착륙반경은 10m로 단독 주택 앞마당에도 착륙할 수 있는 수준이다. 볼로콥터는 싱가포르에서 볼로시티의 도심 비행에 성공했다. 싱가포르 당국의 협조를 얻어 전용 이착륙 인프라와 항공관제시스템을 개발하고, 2023년에는 본격적인 드론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돌발상황 안정적 대처 서울대 자율주행버스

이날 오전 11시 상암동 MBC 빌딩 도로변에서 서울대가 개발한 자율주행버스가 출발했다. 운전기사가 핸들과 페달에서 손과 발을 떼자 버스는 시속 25㎞의 속도를 유지한 채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약 9㎞를 달리는 동안 운전기사가 핸들에 손을 댄 건 단 한 번. 자율주행시스템은 0.01초 단위로 알고리즘을 반복하며 사방에서 접근하는 차량·장애물·사람의 위치를 파악했다. 직선도로에서도 중간중간 시스템이 속도를 줄이거나 진로를 수정하긴 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과 달리 옆에서 택시가 튀어나오는 등 돌발상황에도 안정적으로 대처했다.

서울대와 자율주행차 개발회사인 MDE가 만든 이 버스의 자율주행단계는 레벨 3 수준까지 올라왔다. 운전기사가 손을 떼도 속도를 조절하거나 차선을 변경하는 등 모든 조작을 버스가 알아서 하는 수준이다. 9000㎞를 시험주행해서 얻어낸 작품이다.

자율주행모빌리티 개발회사인 언맨드솔루션은 6인승 자율주행셔틀인 ‘WITH:US’를 선보였다. ‘WITH:US’의 최고속력은 시속 40㎞다. 운전기사나 운전장치 없이 목적지만 입력하면 승객을 실어나른다. ‘WITH:US’의 자율주행단계는 4단계로, 승객들이 잠들어도 안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언맨드솔루션은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얻어 ‘WITH:US’를 내년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