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로 신약을 개발하려면 우수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전문가들 의견이 나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가 7일 서울 강남구 르 메르디앙 호텔에서 개최한 'AI 파마 코리아 콘퍼런스 2019' 기자단담회에서 국내외 AI 전문가들은 AI가 활용되는 현주소를 짚으며 이같이 조언했다.

AI 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 바이오기업 스탠다임의 송상옥 박사는 "이미 시장을 이끄는 제약사들이 AI를 임상에 활용해 새로운 약물을 설계하고 합성하고 있다"며 "실제 제약·바이오 생태계 안에서 AI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증명되는 상황"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결과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올해보다는 내년, 내년보다는 내후년이 더 기대되는 분야"라고 했다. 다만 AI가 신약 개발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재영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 책임연구원은 "AI 신약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자체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해외에서는 각각 제약사의 기밀은 유지하면서도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논의에 나서기 시작했으나 국내는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미쉘 파텔 아스트라제네카 헬스 인포메틱스 글로벌 담당 최고책임자는 "AI는 신약 후보물질 개발부터 상용화에 이르는 과정에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은 산업에서 핵심 역량으로 쓰이지 않고 있다"며 "데이터를 통해 최대한의 가치를 유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 콜하스 몰레큘 프로토콜 대표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데이터를 공유하는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콜하스 대표는 "현재 약물 개발 모델은 협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거의 없이 폐쇄적"이라며 "일부 인센티브를 제공해서라도 지식재산권을 개방하고 공유하도록 해 추가적인 혁신과 개발을 가속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안드레아스 벤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분자정보학센터 데이터기반 약물발굴파트그룹 책임자는 "인공지능을 신약 개발에 적용하려면 적절한 데이터가 있는지, 이를 어디에 응용할지 이해가 필요하다"며 "제약업계가 데이터에 신뢰를 갖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병찬 슈뢰딩거 책임연구원은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신약 개발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나히드 커지 씨클리카 대표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인공지능 데이터가 규격을 잘 갖췄는지, 결함이 없는지 봐야 한다"며 "신약 파이프라인을 통합하고 전체적인 시각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이 만병통치약은 아니기 때문에 업체들 간의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