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원들이 경기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직원들이 경기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애플, 화웨이 등 대형 고객사 물량 등의 영향으로 지난 3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2위인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2930억5000만 대만달러(약 11조5000억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세웠던 2897억7000만 대만달러를 넘어서는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당초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TSMC의 3분기 매출이 11조1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해 시장점유율을 50.5%로 점쳤다. 2위인 삼성전자는 3분기 파운드리 매출 약 4조5000억원으로 18.5%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TSMC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외형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호실적은 TSMC의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 아이폰11 등을 출시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TSMC는 지난 9월 발표된 아이폰11 덕에 9월 매출만 1021억7000만 대만달러(약 3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증가한 수치다. 애플은 TSMC의 최대 고객사 중 하나다.
뛰는 삼성 위에 나는 TSMC…최대 실적 또 '경신'
애플은 스마트폰 사업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삼성전자에 반도체 공급을 맡기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TSMC에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2017년 시스템반도체 사업부에서 파운드리 조직을 떼어내 독립시킨 바 있다.

스마트폰 사업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반도체 설계 기술이 유출될 것을 우려한 애플의 물량을 끌어오기 위한 조치란 분석이 나왔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TSMC와 삼성전자는 치열한 '기술 경쟁'을 하고 있다.

필립 웡 TSMC 기업조사부문 부사장은 지난달 '반도체 대만 2019' 행사에서 "3나노 공정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3나노 공정으로 제조한 반도체는 현재 주력인 7나노 공정 대비 성능은 35%, 효율은 50% 각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공정이 중요한 이유는 반도체는 더 얇게 설계할수록, 칩의 크기도 작아져 발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발열을 낮추면 거꾸로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TSMC는 5나노 공정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현재 연구개발을 시작한 3나노 공정은 오는 2021년이나 2022년에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TSMC는 나아가 2나노 공정에 약 65억달러를 투자해 오는 2024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제품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를 위해 TSMC는 지난 5월 올 하반기 인력 3000명 채용, 4조73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 자금은 5나노와 3나노 초미세공정 개발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사업부만 놓고 보면 TSMC가 삼성에 비해 연간 2배 이상의 인력을 뽑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뒤처지는 것만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파운드리 포럼 2019'에서 세계 최초로 3나노 제품을 2021년에 양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TSMC보다 약 반년 정도 빠르게 3나노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주력 공정인 불화아르곤(ArF) 외에도 극자외선(EUV) 공정으로 TSMC와 점유율 격차를 줄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반도체 칩을 만들 때 웨이퍼에 미세 회로를 새겨 넣어야 하는데 극자외선 광원은 불화아르곤보다 파장이 짧아 더 미세한 패턴을 새길 수 있어 차세대 공정 기술로 불린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출하식을 연 7나노 EUV 공정 양산을 내년 초 본격화하고 5나노 공정 개발에도 돌입한 상태다. TSMC도 지난 7월 7나노 EUV 라인 가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 세계에서 7나노 이하 파운드리 미세 공정은 삼성전자와 TSMC만 가능하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