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 물질' 위장약 퇴출…제약사, 대체약 개발 속도
위장약 잔탁의 원료인 ‘라니티딘’에서 발암 우려 물질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발견되면서 제약사들이 대체 제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말 제조·수입·판매 중지한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은 269개 품목이다. 다국적 제약사 GSK의 잔탁을 비롯해 대웅제약의 알비스정, 일동제약의 큐란정, 보령제약의 겔포스디엑스정 등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수입한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 규모는 27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라니티딘으로 인한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대체 제제 도입에 나서고 있다. 라니티딘 제제를 대체할 수 있는 성분으로는 프로톤펌프 억제제(PPI)와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제제가 있다. 대웅제약은 알비스정 대신 PPI 제제 ‘넥시움’을, 일동제약은 동아에스티와 피모티딘 계열 소화성 궤양 치료제인 동아가스터정의 공동판매 계약을 맺었다.

후속 약물 개발도 활발하다. 제일약품은 P-CAB 기전의 약물인 ‘JP-1366’을 개발하고 있다. 2017년 9월 임상 1상을 시작했고 최근 임상 2상에 진입했다. 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을 할 예정이다. 제일약품은 유럽에서도 임상을 진행해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미란성 및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을 대상으로 P-CAB 제제인 ‘DWP14012’의 임상 3상 시험을 하고 있다. 올해 안에 임상 3상을 마친 뒤 내년에 출시한다는 목표다. 지난 7월에는 DWP14012와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NSAIDs) 3종을 병용투여하는 임상 1상을 시작했다. P-CAB 제제는 PPI 제제보다 약효 발현시간이 빠르고 야간 위산과다분비 현상을 억제한다는 장점 때문에 차세대 약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CJ헬스케어가 P-CAB 제제인 ‘케이캡’(사진) 개발에 성공해 순항 중이다. 케이캡은 올 3월 국내 출시됐고 6개월 동안 처방액 126억원을 기록하며 블록버스터 약물에 등극했다. CJ헬스케어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케이캡의 효과를 탐색하기 위한 임상 3상을 하고 있다. 케이캡은 라니티딘 사태 이후 처방실적이 급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144만 명이 복용하던 라니티딘 제제가 퇴출되면서 위장약 시장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며 “다른 기전의 약물이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