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클라우드 산업의 골든타임이 왔다
한때 정보기술(IT)업계에는 클라우드 포기론이 팽배했다. 글로벌 기업의 기술력과 투자 규모, 시장 장악력에 압도당한 것이다. 우리는 클라우드산업을 포기해야 할까.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국’을 벌인 인공지능(AI) 알파고는 클라우드에서 290만 번 사이버 대국을 치르며 학습했다. 시스코에 따르면 2021년에 인공지능이 학습할 데이터의 약 94%가 클라우드에서 처리된다고 한다. 클라우드에 데이터가 쌓이고, 인공지능은 클라우드에서 빅데이터를 학습하는 구조가 첨단 디지털산업의 정석이 됐다. AI가 두뇌이고, 데이터가 혈액이라면, 클라우드는 두뇌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심장이다. 클라우드의 포기는 AI를 포기하는 것이고, 소프트웨어와 IT의 미래를 포기한다는 것과 같다.

클라우드 시장은 2018년 500조원에서 2023년 10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2018년 기준 반도체 시장의 1.2배, 인공지능 시장의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세계 IT경제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클라우드 시장은 격변 중이다. 3년 전 아마존이 시장의 54%를 장악해 게임이 끝나는 듯했으나 2019년 점유율이 33%로 하락했다. 쇠락하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클라우드 올인 전략으로 16%를 점유하면서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MS는 오로지 클라우드의 힘으로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부활했다. 알리바바도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지하에 급성장하며 아마존을 위협하고 있다.

후발 국가가 클라우드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영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공공부문의 클라우드 활용을 높이기 위해 전문계약제도를 정비하고, 클라우드 유통 플랫폼을 구축했다. 그 결과 3500개 클라우드 기업이 생겨났고, 3만여 개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유통되고 있다. 지난 6년간 6조1000억원 규모의 서비스가 판매됐고, 판매 건의 71%가 중소기업이었다. 클라우드는 영국에서 중소기업 및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혁신성장의 원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정부·지방자치단체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을 허용하는 대통령의 규제 개선 발표가 있었다. 국내 기업에 숨통이 트였다. 동시에 글로벌 기업에는 국내 공공 시장의 매력도가 높아졌다. 글로벌 기업은 2~3년 내 보안 인증을 획득해 공공 시장에 진입하려 들 것이다. 향후 2~3년이 국내 클라우드산업의 골든타임이다. 공공 부분에서 혁신적 마중물을 공급해 기회를 살려야 한다.

한국의 클라우드 이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0위로 뒤처져 있다. 클라우드 전환을 앞당길 혁신적인 국가 로드맵 수립이 시급하다.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의 전환 계획 수립과 이행을 강력히 관리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중요하고 효과가 큰 분야에서 그랜드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민간 클라우드 이용을 우선하되,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나 캘리포니아주 사례처럼 공공·민간 협력형 클라우드 전략도 병행할 수 있다. 또 개방형 클라우드 플랫폼 파스-타를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산업 생태계 육성도 중요하다. 지속적인 플랫폼 첨단화, 전문 개발자 및 기업 육성, 국산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확대 등 개방형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클라우드 경쟁력은 대한민국 미래 생존의 문제다. 국가의 과감한 전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