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폰 보조금 경쟁 이어 여론戰 벌이는 통신사
통신 3사의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 확보 경쟁이 여론전으로 번졌다. 통신사들은 지난달 초부터 5G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불법 보조금을 뿌리며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였다. 공시지원금을 일제히 올리는 등의 보조금 전쟁이 최근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여론전을 시작했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포문을 열었다. “5G 이동통신 속도는 LG유플러스가 1등”이라고 광고했다. KT와 SK텔레콤은 잇달아 설명회를 열고 반박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아직 5G 서비스 초기 단계로 통신망이 제대로 깔리지 않았는데 속도 경쟁 논쟁은 무의미하다”며 “이용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가 촉발한 여론전

LG유플러스는 이달 중순부터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기사 형식 광고)을 잇달아 내보냈다. “서울 주요 지역 총 186곳의 통신사별 5G 통신 속도를 비교한 결과 181곳에서 LG유플러스의 5G 속도가 가장 빨랐다”는 내용이다. LG유플러스 매장에도 이런 내용의 광고물을 게시했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폰 데이터 통신 속도를 측정하는 앱(응용프로그램)인 ‘벤치비’의 ‘내 주변 평균속도’를 활용했다. 내 주변 평균속도는 측정 장소 반경 2㎞ 내에서 최근 30일간 측정된 통신 3사의 평균속도값을 제공한다.
5G폰 보조금 경쟁 이어 여론戰 벌이는 통신사
KT는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KT 본사에서 설명회를 열고 “LG유플러스의 속도 측정 방식은 잘못됐다”며 “절대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담당 상무는 “5G는 이동 시 품질이 중요한데, 벤치비는 고정된 특정 지점에서 통신 속도를 측정하도록 설계된 측정 도구로, 이동 시 통신 속도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벤치비를 이용할 경우 같은 스마트폰으로 반경 10m 내에서 측정하더라도 속도가 23배 차이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상무는 또 “LG유플러스가 자사 통신망에 최적화한 5G폰인 LG V50 씽큐로 측정해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정했다”며 “5G 스마트폰 점유율 80%로 이용자들이 훨씬 더 많이 쓰고 있는 갤럭시S10으로도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도 이날 오후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설명회를 열어 LG유플러스 주장에 “인정할 수 없고, 말도 안 된다”고 밝혔다.

류정환 SK텔레콤 5GX 인프라그룹장(상무)은 “5G 통신 속도는 이용자 위치, 측정 방법, 단말 종류, 주변 혼잡도 등 다양한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며 “SK텔레콤 통신 속도가 더 빠른 곳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3사 5G 통신망을 구축 중인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속도 측정·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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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초기 시장 선점 경쟁

SK텔레콤과 KT가 반박하자 LG유플러스는 27일 “통신 3사의 5G 통신 속도를 공개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LG유플러스는 “이용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선 공개 검증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벤치비의 측정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빅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이용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앱”이라고 반박했다.

통신사들은 5G 초기 시장을 선점하려고 보조금 경쟁에 이어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초 5G 서비스 상용화 이후 지금까지 집계된 5G 가입자 수는 약 120만 명이다. 통신사별 점유율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각각 40%, 31%, 29%인 것으로 추산된다. 2위와 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의 격차가 작아 양사 간 마케팅 전쟁이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