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우의 부루마블] '결제한도' 폐지에 게임업계 반색…사행성 확대 우려도
온라인게임 결제한도 규제가 이르면 이달 중 폐지된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9일 "이달 안이나 늦어도 상반기에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결제한도 폐지가 현실로 다가왔다.

월 결제 금액을 성인 50만원·청소년 7만원으로 제한하는 온라인게임 결제한도는 그동안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위법적 규제라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게임업계는 환영하는 입장이다.

2007년 월 3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온라인 게임 정액, 아이템 구매에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든 결제한도 제재는 업체들의 자발적인 규약으로 시작됐다. 게임이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에서 게임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완성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결제금액을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09년 월 50만원으로 결제금액이 상향 조정됐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규제가 아닌 규약으로 강제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개입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자율 규제라는 취지와 달리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기준을 초과하는 게임에 등급을 내주지 않는 방법으로 제재를 가하면서 논란이 확산된 것이다. 규약이 규제로 탈바꿈하면서 "정부가 근거없는 그림자 규제로 게임산업을 죽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모바일게임에 대한 결제한도 규제 목소리가 나오면서 문제는 심각해졌다.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과 달리 결제한도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일정한 확률로 희귀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이 사회 문제로 인식되면서 "모바일게임 결제한도 역시 규제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결제한도 폐지 결정은 게임업계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게임업계는 무엇보다 이용자들의 자기결정권이 해소되면서 게임 생태계가 건전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제한도를 피해 여러 계정을 운영하던 이용자들이 하나의 계정에 몰입하면서 장기적으로 합리적인 소비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게임 결제한도 규제도 한숨 돌리게 됐다. 온라인게임 결제한도가 폐지된 상황에서 모바일게임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게임의 사행성 때문에 결제한도 규제가 시작된 상황에서 그나마 있던 '안전장치'가 사라진 것에 우려하는 목소리다. 이들이 게임의 사행성이 더욱 짙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정부가 규제를 풀어 게임사 매출을 지켜주는 '규제 장사'를 벌였다는 비판도 있다. 드물지만 게임중독을 방조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행히 현행 월 7만원으로 제한된 청소년의 게임 결제한도는 그대로 유지됐다.

박양우 장관은 "게임산업이 날개를 달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게임관련 규제들을 전향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무분별한 규제로 산업 발전을 막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제는 게임업계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자율 규약이 강제 규제로 바뀐 이유를 되새겨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자율 규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언제까지 "국산 게임은 게임으로 위장한 도박이다"라는 지적을 받을텐가.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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