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개발한 IP(지식재산권) 게임을 앞세운 크래프톤(옛 블루홀), 펄어비스, 그라비티가 폭풍성장했다. 게임업계 상위 3대 업체이자 ‘3N’으로 불리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의 실적이 주춤한 가운데 거둔 성과여서 더 주목받는다. 국내 게임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폭풍성장한 게임 3사 알고 보니…IP의 힘
크래프톤, 첫 1조원대 매출 달성

크래프톤의 지난해 매출은 1조1200억원에 달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1년 전(3103억원)보다 세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66억원에서 3303억원으로 12배 늘었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크래프톤은 국내 게임업계 5위로 뛰어올랐다. 1~4위는 넥슨(2조5296억원), 넷마블(2조213억원), 엔씨소프트(1조7151억원), NHN(1조2821억원)이다. 게임 외 분야의 비중이 50% 이상인 NHN의 게임 매출(4377억원)만 따지면 크래프톤 순위는 4위로 상승한다. 2017년 매출 기준으론 7위였다.

크래프톤의 매출이 급증한 것은 총싸움 게임 ‘플레이어스언노운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의 인기 덕분이다. 자회사 펍지가 개발한 이 게임은 2017년 출시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매출은 10억2800만달러(약 1조1678억원)에 달했다. 출시 2년이 지나 이용자 수가 줄긴 했지만 콘솔, 모바일 등으로 배틀그라운드 IP를 확대하면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펄어비스, ‘검은사막’으로 돌풍

펄어비스도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4043억원으로 전년(1172억원)에 비해 3.4배 늘었다. 3년 전(217억원)과 비교하면 18배 이상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20억원에서 1669억원으로 14배 가까이 늘었다.

펄어비스도 인기 IP 게임이 실적을 이끌었다. ‘검은사막’이라는 하나의 게임 IP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4년 PC 온라인 게임으로 첫선을 보인 검은사막은 국내는 물론 북미, 유럽, 일본, 러시아 등 해외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1년 새 매출이 급증한 것은 ‘검은사막 모바일’의 성과에 힘입었다. 지난해 2월 출시된 뒤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한때 최고 매출 2위까지 올랐고 지금도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라비티, 흑자 전환에 성공

그라비티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국내 게임업계 처음으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그라비티는 2005년 일본 소프트뱅크에 매각된 뒤 실적이 부진했다. 한동안 적자에 허덕이다가 2016년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매출은 2800억원으로 전년(1416억원)에 비해 약 2배 늘었다. 3년 전(356억원)과 비교하면 7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20억원으로 전년(14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그라비티 역시 하나의 인기 게임 IP가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이 회사를 대표하는 IP는 라그나로크다. 지난해 모바일로 옮긴 ‘라그나로크M: 영원한 사랑’이 국내에서 매출 3위를 기록했다.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1위에 올랐다.

앞으로 크래프톤, 펄어비스, 그라비티의 실적은 해외시장에 달려 있다. 배틀그라운드가 중국에서 유통 허가권인 판호(版號)를 받으면 크래프톤은 ‘N3’ 체제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펄어비스도 PC 게임 ‘검은사막’과 모바일 게임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신규 서비스를 기다리고 있다. 그라비티는 올해 북미, 남미, 일본 등 해외 모바일 게임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성공한 신규 게임 IP가 드물어 인지도가 높은 기존 IP를 가진 게임사에 기회가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