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자 순위를 전문적으로 집계하는 매체 후룬은 지난달 인터넷쇼핑몰 핀둬둬의 창업자 황정을 ‘자수성가형 부자’ 1위로 꼽았다. 그가 2015년 9월 창업한 핀둬둬를 3년 만에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켜 자산이 크게 늘어나면서다.

중장년층 공략 3년 만에 中 인터넷쇼핑몰 2위 된 핀둬둬
핀둬둬가 처음 사업을 시작하던 시기 중국의 인터넷쇼핑 시장은 이미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었다. 타오바오와 톈마오, 징둥 등이 플랫폼 시장을 과점한 가운데 저가경쟁을 벌이고 있어 새 사업자는 진입을 엄두도 못 내던 시절이었다.

여기에 뛰어든 핀둬둬는 3년이 채 지나기 전에 3억44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해 고객 수 기준으로 징둥을 누르고 중국 2위에 올랐다. 중장년층(45~70세) 소비자를 공략해 성공했다. 대부분 인터넷 쇼핑몰이 소비성향이 높으면서 인터넷과 모바일 이용에 밝은 젊은 층을 집중 공략하는 것과 대비된다.

2017년 유출된 중국 인터넷 쇼핑몰들의 연령대별 사용자 비중을 보면 핀둬둬는 40대 이상에서 경쟁업체 대비 두 배 이상의 비중을 나타냈다. 20대 사용자의 비중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핀둬둬는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레드오션도 얼마든지 블루오션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고객이 같은 상품을 구매하는 이들을 많이 모을수록 제품 가격이 내려가도록 한 집단구매 시스템이 통했다. 중장년층 고객들은 자신이 사고 싶은 물건을 싸게 사려고 지인들을 끌어들였고, 지인들도 핀둬둬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하자 폭발적인 사용자 증가로 이어졌다.

이웃들과 자신의 사생활을 공유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중장년층의 특성도 핀둬둬 성장에 기여했다. 중장년층 고객들은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본인이 이번에 구매하려는 핀둬둬 상품을 공유하며 단체구매 참여를 늘렸다.

구매 가격에 민감한 중소도시 소비자들도 몰렸다. 지난해 기준으로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에서 핀둬둬를 사용하는 고객 비중은 7.6%에 불과했지만 중소도시 거주자는 41.6%에 달했다. 황정은 “핀둬둬는 지금까지 무시돼 왔던 고객군을 새로 발굴해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성장 환경 때문에 핀둬둬는 “싸구려 상품만 전문적으로 판매한다”는 인식을 받기도 한다. 고객들의 회당 구매단가는 징둥이 374위안, 타오바오와 톈마오가 103.5위안인 데 반해 핀둬둬는 32.8위안에 불과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핀둬둬에서 판매되는 가전제품 상위 100개 중 39개가 ‘짝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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