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 진출에 성공한 K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이제는 중국 대륙을 공략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먼저 스타트를 끊은 건 삼성바이오에피스입니다. 삼성은 지난 7일 중국 바이오업체 3S바이오와 판권 계약을 맺었는데요. 셀트리온도 올 상반기 중국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죠. 올해부터 중국 진출에 속도를 내는 건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의약품 규제를 대폭 완화했기 때문입니다. 고가의 바이오의약품도 통 크게 보험 등재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시장 규모가 큰 세계 2위 시장인데요. 중국 제약사들의 의약품 개발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장성도 큽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자국 회사와의 합작을 요구하거나 임상시험을 할 때 사용하는 물질도 중국에서 생산한 것만 고집해 진입이 쉽지 않았습니다. 대규모 글로벌 임상 결과가 있어도 중국인 환자를 꼭 포함시켜야 하는 조항까지 있죠. 까다로운 규정이 많고 허가 심사도 어찌나 느린지 중국 식품의약국에 임상시험 승인을 신청해 허가받으려면 3~5년은 기본으로 걸린다는 얘기도 많았습니다.

이랬던 중국이 180도 돌변하자 세계 제약바이오업계가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바이오시밀러는 고가의 항체의약품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효과가 비슷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인 셀트리온과 삼성은 비슷한 시기 중국 진출을 선언했지만 전략은 다릅니다.

셀트리온은 중국 제약바이오회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을 택했는데요. 공장도 중국에 세워 현지에서 생산해 중국 환자에게 공급합니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원했던 것이죠.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합작법인을 통해 1세대 바이오시밀러를 공동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서 회장이 “소극적 협력이 아니라 적극적 협력”이라고 강조한 배경입니다.

반면 삼성은 기술이전 대신 중국 업체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판매 로열티를 받는 판권계약을 맺었습니다. 중국 파트너사는 삼성이 개발한 임상 물질을 받아 환자에게 투약하고 허가, 판매, 마케팅, 유통을 담당합니다. 이런 방식은 초기 투자비용이 적고 기술 유출 우려가 없다는 장점이 있죠. 중국에 합작법인을 세워 투자했는데 기술만 빼먹고 내쫓기는 신세가 되면 안 되니까요. 삼성은 생산도 중국에서 하지 않고 삼성이 정한 의약품수탁생산(CMO)업체에 맡길 계획입니다. 삼성이 임상 물질과 생산을 통제할 수 있다 보니 임상 데이터의 품질이 높아진다는 설명입니다.

K바이오, 의약품 규제 '확' 푼 中 진출 노린다
하지만 중국으로서는 삼성보다 셀트리온이 반가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기술도 전수하고 공장도 짓겠다는 셀트리온을 적극 지원해줄 가능성도 있죠. 규제가 중요한 제약산업에서 중국 정부라는 우호군을 얻은 셀트리온과 손해보지 않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삼성의 방식, 어느 쪽이 중국에서 성공할지 궁금해집니다.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