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용 소프트웨어(SW)업체 티맥스소프트가 국민은행을 상대로 계약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국민은행의 3000억원짜리 전산시스템 교체 작업인 ‘더케이프로젝트’에서 자사 제품이 부당하게 배제됐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용 SW를 납품하는 업체가 ‘갑’인 발주 기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티맥스소프트는 1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민은행과 더케이프로젝트 주관사인 SK C&C를 상대로 계약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거래 심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티맥스소프트는 국민은행이 자사의 국산 SW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외국산인 한국IBM 제품을 선정했다고 주장했다. 주관사인 SK C&C는 국민은행의 데이터베이스(DB) SW 전환 사업에서 티맥스소프트 제품을 포함한 두 가지 조합의 추천서를 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최종 입찰에서 1, 2안에는 없던 IBM의 미들웨어(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에서 조정·중개하는 프로그램)와 DB 조합을 최종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철 티맥스소프트 사장은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 신청도 안 한 선수가 갑자기 나타나 대회에서 우승한 꼴”이라며 “이렇게 선정되는 과정에서 국민은행은 한국오라클, 한국IBM 등 외국산 SW 제품만 기술을 검증했고 국내 업체에는 검증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종 선정을 앞두고 국민은행과 한국IBM 사이에 유착 관계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티맥스소프트는 지난 6일 국민은행과 한국IBM 임직원들이 동반 해외 출장을 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최종 선정일인 11일을 불과 닷새 앞두고 벌어진 만큼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얘기다.

김 사장은 “기술지원, 견적 작업 등을 준비하면서 수억원의 비용을 썼지만 결국 낭비한 셈”이라며 “2014년에도 티맥스소프트는 국민은행의 기술 검증 요구에 응해 100억원을 지출했지만 사업이 흔들리면서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이 같은 불공정 거래가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SW업계를 대변해서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은행은 티맥스소프트의 주장을 즉각 부인했다. 제안요청서에 예외조항이 있는 만큼 추천에 없던 한국IBM 제품을 선정해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티맥스소프트의 티베로는 내부 관리용으로 사용이 제한돼 별도의 기술 검증을 거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동반 해외 출장을 갔다는 주장에는 국민은행은 자체 일정으로 인도 구르가온지점을 방문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