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장애로 국내 주요 온라인 서비스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클라우드는 서버 등 하드웨어에서부터 서비스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을 기업이 내부에 직접 구축하지 않고 외부에서 빌려 쓰는 방식이다. 기업들이 클라우드 도입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고가 터져 충격파가 적지 않았다.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저장이 필요한 기업들의 고민이 더욱 커졌다.
클라우드의 함정…아마존 멈추자 쇼핑몰 등 '먹통'
지난 22일 오전 8시19분~9시43분 AWS의 서울 데이터센터에서 도메인네임서버(DNS) 오류가 발생했다. DNS는 숫자로 된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인터넷상 컴퓨터의 주소)를 문자로 된 도메인네임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DNS에 문제가 생기면 고객사들은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할 수 없다. 이날 장애로 AW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의 웹페이지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이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에 한두 시간 정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번 사고로 AW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한 국내 업체 피해가 컸다. AWS의 한국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5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서비스는 대부분 AWS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쿠팡, 신한은행, 넥슨, 업비트, 이스타항공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피해가 발생해 소비자 불만이 쏟아졌다.

지난 22일 클라우드 장애로 접속이 중단된 쿠팡의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화면.  한경DB
지난 22일 클라우드 장애로 접속이 중단된 쿠팡의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화면. 한경DB
이번 사고로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디지털 블랙아웃(대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클라우드가 IT의 핵심 서비스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은 최근 글로벌 항공업계 처음으로 AWS로 자사 서버를 옮긴다고 발표했으며 일반 제조업체도 잇따라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 도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첨단 IT의 바탕인 대규모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처럼 클라우드 서비스는 100% 안전하지 않다. 지난해에는 AWS의 미국 버지니아주 데이터센터에서 장애가 발생하면서 세계 인터넷 서버의 3분의 1가량이 먹통이 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해커들도 클라우드를 노리고 있다. 연예인의 사생활이 대량으로 유출된 ‘아이클라우드 해킹’ 사태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국내 정부 부처들과 공공기관이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을 꺼린 이유도 이런 불안 때문이다. 이번 사고로 회사 전산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려는 기업들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기업들이 클라우드 사용을 피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들이 다뤄야 하는 데이터가 급증해 자체 서버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은 비용 부담으로 자체 서버보다는 클라우드를 쓸 수밖에 없다. IT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에 쏠린 의존도를 낮추고 비용이 들더라도 여러 클라우드를 사용해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관련 업계에서도 AWS의 국내 시장 독점으로 이번 사고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AWS만 쓰던 업체들은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로 국내 클라우드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