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암호화폐 강세론자 팀 드레이퍼, 존 맥아피, 마이크 노보그라츠. / 사진=EPA·로이터·AP
왼쪽부터 암호화폐 강세론자 팀 드레이퍼, 존 맥아피, 마이크 노보그라츠. / 사진=EPA·로이터·AP
10일(현지시간) 미국의 가상화폐(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유명 벤처투자자 팀 드레이퍼는 “비트코인 가격이 2022년 25만달러(약 2억8000만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700만원대인 비트코인이 3~4년 만에 40배 가까이 오른다고 본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이보다 더 빠르게 급등할 것이란 전망도 앞서 나왔다. 인터넷 보안솔루션 기업 맥아피(McAfee) 설립자 존 맥아피는 비트코인이 2020년 100만달러(약 11억3000만원)까지 뛸 것으로 예상했다.

드레이퍼와 맥아피가 대표적 암호화폐 강세론자임을 감안해도 놀라운 수치다. 물론 이들의 예측은 그간 투자에 성공한 ‘실적’과 ‘감각’이 뒷받침돼 있다.

그러나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다. 드레이퍼·맥아피 못지않은 거물 투자자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마이크 노보그라츠는 지난해 “2018년 비트코인이 4만달러(약 450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2개월 남짓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예측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들이 무작정 장밋빛 전망을 펴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암호화폐의 철학과 미래를 믿는 사람들이다. 드레이퍼는 비트코인이 실물화폐를 상당 부분 대체해 용처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봤고, 맥아피는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와 희소성의 상관관계를 근거로 시세 급등을 점쳤다.

이들이 내놓은 특정 시점의 비트코인 가격 예상치는 결국 암호화폐를 둘러싼 정부 규제와 대중적 인식 수준, 실사용 사례 구현 여부 등이 모두 반영된 ‘총합으로서의 미래예측’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종류의 미래예측이 매우 가변적이란 점이다.

때문에 기술결정론이나 경제결정론은 모두 위험하다. 미래는 수많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단지 기술적 발전 수준이나 통계 수치만 대입해 추산하면 어긋날 가능성이 높다. 주식 시장에 비해서도 미성숙한 초기 단계의 암호화폐 시장 또한 복잡계 영역으로 간주해야 마땅할 터이다.

이런 맥락에서 클레몽 티볼트 인베스팅닷컴 수석애널리스트는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유명인사들의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일방적인 장밋빛 전망을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어리석다(stupid)” “미쳤다(crazy)” 같은 표현을 써가며 ‘구체적 근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유명인사 말 한 마디에 출렁인다. 기대치에 따라 움직이는 데다 규모 자체가 작은 탓이다. 고래(거물)들이 움직이는 시장이란 표현이 딱 맞다. 그들 스스로 투자자여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 여지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발언도 조심스럽게, 보도도 가려가면서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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