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72억원이던 한글과컴퓨터 매출은 지난해 1341억원을 기록하면서 3배 가까이 뛰었다. 한컴그룹 전체로는 매출 5000억원이 넘는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성장의 중심에는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통하는 김상철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그룹 회장이 있다. 김 회장은 적극적인 M&A 전략으로 소프트웨어(SW) 중심인 한컴그룹을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로봇, 스마트시티 등을 아우르는 종합 정보기술(IT) 회사로 변신시키고 있다. 김 회장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컴그룹의 강점인 SW 기술력과 새롭게 얻은 하드웨어(HW) 기술력을 결합해 기업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컴그룹은 신사업 분야로 발을 넓히면서 글로벌 선두업체들과 전략적 협업을 늘리고 있다. 중국 AI업계의 ‘빅4’로 꼽히는 아이플라이텍과 협력을 맺고 로봇, 자동통번역 등에 쓰일 AI를 개발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엔비디아와는 자율주행용 칩셋 공급 계약을 맺었다. 클라우드업계 1위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는 웹오피스 솔루션을 공급한다. 김 회장은 “국내 토종기업을 넘어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M&A를 통해 확보한 기술경쟁력이 비결”이라고 했다.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 "적극적 M&A 통해 AI·블록체인·로봇 등 종합 IT회사로 변신"
▷한컴그룹의 성장세가 남다릅니다.

“2010년 한컴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매출이 몇 년간 400억원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2011년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016년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입니다. 성장의 핵심에는 계열사 간 협력과 적극적인 M&A가 있었습니다. 한컴은 산업 간 영역이 허물어지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그룹사가 보유한 SW 기술력을 HW에 결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인수한 산청은 특이한 M&A 사례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산청은 국내에서 40년간 안전장비를 전문적으로 제조해온 기업입니다.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연평균 2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SW 회사인 한컴그룹을 생각하면 산청 인수가 특이한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업구조를 지녀야만 합니다. 또 동시에 기존 보유한 SW 역량과 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합니다. 산청은 이런 측면에서 계열사들을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수 후 기존 계열사들과 어떤 협력을 하고 있습니까.

“산청은 지난 4월 개인안전장비에 한컴MDS의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공기호흡기를 출시해 시장의 큰 관심을 얻었습니다. 또 앞으로 다가올 스마트시티 시대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소방안전, 재난관제플랫폼 사업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해 인수한 한컴로보틱스(전 코어벨)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컴로보틱스는 한컴MDS가 보유한 SW 및 IoT 기술을 토대로 지능형 로봇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문화정보원의 지능형 문화정보 큐레이팅봇 구축사업을 수주하기도 했습니다.”

▷계열사가 늘어나면서 이들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게 중요한 과제일 것 같습니다.

“계열사들이 보유한 기술력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컴오피스에는 한컴시큐어의 보안 솔루션을 적용하고 한컴인터프리의 번역 엔진을 추가했습니다. 2016년 인수한 텔라딘의 통신 모뎀에는 한컴MDS의 SW 기술력을 더해 IoT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한컴로보틱스가 개발 중인 로봇에는 한컴의 자동통번역 앱(응용프로그램)인 지니톡의 음성인식 솔루션 탑재를 추진 중입니다. 계열사의 개별 경쟁력도 강화할 예정입니다. 한컴은 올해 미사일 유도체계 분야의 선도기업인 한컴유니맥스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내년에는 산청의 IPO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스마트시티 사업도 펼치고 있는데, 한컴이 어떤 강점이 있다고 봅니까.

“스마트시티는 한컴 계열사들이 보유한 HW와 SW 기술력을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분야입니다. HW 중심의 도시 인프라에 AI, 블록체인, IoT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접목할 수 있습니다. 한컴은 올해를 스마트시티 사업의 원년으로 삼았습니다. 한컴은 계열사들의 SW, HW 기술력을 접목해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가령 한컴MDS의 IoT 기기관리 플랫폼과 한글과컴퓨터의 AI 음성인식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IoT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사이버보안 업체인 한컴시큐어가 보유한 블록체인 기술력과 산청의 소방안전 재난관제플랫폼이 합쳐지면 사이버보안과 물리보안 기술을 모두 활용할 수 있죠.”

▷스마트시티 사업을 확대하려면 다른 회사들과의 다양한 협력도 필요할 텐데요.

“스마트시티 사업을 한 회사가 모두 해낼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파트너사와 정부기관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스마트시티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서울형 스마트시티 수출을 위해 ‘서울 아피아 컨소시엄’을 출범했습니다. 아피아 컨소시엄은 교통, 도시철도, 상하수도, 도시계획, 환경, 전자정부, 사회안전 부문에서 스마트시티 구현을 원하는 해당 국가 및 도시가 원하는 사항을 반영한 맞춤형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컨소시엄에는 서울시,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 한국스마트카드, 한국중소ICT기업해외진출협동조합(KOSMIC) 등 다양한 기관 및 기업이 함께 모였고 한컴그룹이 의장사를 맡고 있습니다. 지난 9월에는 서울 아피아 컨소시엄 회원사를 비롯한 국내외 스마트시티 관련 업체들과 함께 ‘서울 아피아 스마트시티포럼’을 조성해 관련 역량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사업도 추진 중인데 기존 기술들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한컴시큐어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한컴이 추진할 스마트시티 사업에 접목할 계획입니다. 이 플랫폼은 행정서비스, 금융 거래, 공공데이터 이용을 위한 기반으로 쓰일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가상화폐거래소, IoT,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합니다. 한컴의 블록체인 플랫폼은 보안성에서 큰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흔히 블록체인 기술은 자체적으로 거래내역이나 데이터에 대한 무결성, 투명성을 보장하고 있어 별도의 보안기술은 필요 없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한 제품,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보안 사고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내 유명 가상화폐거래소나 사용자 계정이 해킹당한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컴은 블록체인에 암호키 관리, 암호화 통신 등의 첨단 보안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을 늘리고 있습니다.

“AI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와 중국 AI업계의 ‘빅4’로 꼽히는 아이플라이텍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한컴MDS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용 AI 칩셋을 국내에서 공급하는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아이플라이텍과는 자동통번역과 음성인식 기술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습니다. 한컴의 주력인 오피스 SW 분야에서는 클라우드업계 1위인 AWS와 손잡았습니다. AWS의 문서 편집 서비스인 워크독스에 한컴의 웹기반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AWS와의 협력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