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우의 부루마블] 강서구 PC방 살인에…분노하는 게임업계
"왜 안 나오나 했어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원인이 '게임 과몰입(게임 중독)' 때문일 수 있다는 국회의원의 말에 게임업계 10년차 김수용(가명) 과장은 한 숨을 쉬었다.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다는 그는 현재 퍼즐게임 업체에서 레벨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만큼 게임에 대한 애정이 깊다.

김 과장은 "함께 일하는 동료가 뉴스 기사를 보더니 왜 하필 PC방이냐며 한탄하더라. 국내 게임 종사자 8만명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며 "우리는 하루 종일 게임 관련 일을 할 뿐이다. 범죄자가 게임을 했다고 게임 자체를 원인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시 도봉구에 있는 PC방에서 일하는 정기태(28)씨도 마찬가지다. 취업 준비생인 정씨는 "사건이 일어나고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가 최근 회복되고 있다"며 "옆가게 감자탕집 사장님이 몸 조심하라고 하시는데 쓴 웃음이 나왔다. PC방과 게임 유저를 바라보는 시각이 안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게임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경찰이 피의자가 강서구 PC방 사건 피의자가 해당 PC방을 자주 출입했다며 게임 중독 성향 조사를 벌이자 "폭력적인 게임 중독의 폐해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피의자가 전과가 없고 게임 직후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들어 "게임이 내면에 있는 폭력성을 끌어올렸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피의자는 이전에도 PC방을 방문해 5시간 이상 게임에 몰입했고, 경찰도 가해자의 게임중독 성향, 태도 등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며 "게임중독자의 뇌는 마약중독자의 뇌와 대동소이할 정도로 게임의 중독성은 강하다"고 지적했다. '게임이 폭력성을 높인다'는 논리를 펼친 것.

게임에 나오는 폭력성이 정서에 좋지 않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액션 영화를 시청한 사람들이 멜로 영화를 본 사람 보다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는 실험 결과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게임과 폭력성의 상관관계가 입증된 건 아니다. 오히려 범죄 확률이 높아졌다는 사실 보다 나쁜 습관이 개선되고 통증·불안이 사라졌다는 긍정적인 결과가 월등히 많다.

게임은 그동안 '있어서는 안될 일' 혹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원인으로 꼽혔다.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으니 피의자가 즐긴 게임이 누명을 쓴 것이다. 게임 외에 상업영화, 대중음악, 만화 등이 비판의 대상이 된 것도 같은 이유다.

전문가들은 "게임에 대한 규제가 오히려 면죄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규제를 통한 체계적인 관리가 게임에 대한 비판을 막아주고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게임업계는 자율 규제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규제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 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고 우려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게임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은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좋지 않다"며 "게임업계 스스로도 폭력성이 강한 자극적인 콘텐츠 개발을 지양하는 등 자정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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