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암호화폐)들은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다"며 암호화폐 투자는 도박에 가깝다고 주장하던 워렌 버핏(사진)이 그간의 입장에서 다소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1일 버크셔해서웨이 보고서에 따르면 워렌 버핏이 이끄는 이 투자회사는 암호화폐 인접 산업인 핀테크(금융기술) 분야에 투자를 단행했다. 핀테크 기업인 인도의 페이텀(Paytm)과 브라질의 스톤코(StoneCo)에 3억달러씩을 투자했다. 대기업과 전통 산업 위주로 투자하던 그간의 버크셔해서웨이 행보를 감안하면 주목하 만한 변화다.

이번 투자는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관리자인 토드 콤스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잘 모르는 곳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면서 기술주 투자에 인색하던 워렌 버핏의 투자 방식을 변화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페이텀은 3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인도 최대 모바일 결제 기술 기업이다. 스톤코 역시 브라질에서 중소기업 대상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스톤코는 전통적인 은행과 낡은 기술로 인해 기업들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만큼 최신 기술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스타트업이다.

핀테크 기업들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도입해 해외송금 및 지급결제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관심이 많다. 펀디엑스의 경우 블록체인 기반 결제 단말기를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자국 화폐 가치가 불안정한 중남미 국가들에서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안전자산으로 인기를 끈다. 브라질도 여기에 속한다. 스톤코가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각국 정부나 거대 금융사 등 기관투자자들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이 보다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 정부 투자기관 캘러한 이노베이션(Callaghan Innovation)은 암호화폐 지갑과 거래 플랫폼을 제공하는 빔바(Vimba)에 33만달러를 투자했다. 호주 정부 역시 암호화폐 기반 여행 및 커머스 플랫폼 트래브바이비트(Travebybit)에 83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피델리티, 골드만삭스 같은 전통 금융사들도 속속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었다.

이와 관련해 블록체인 전문 매체 뉴스비티시(newsbtc)는 "다음 투자 대상이 암호화폐가 될지는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버크셔가 투자 대상을 종전보다 넓힐 준비는 된 것으로 보인다"고 촌평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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