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2008년부터 10년 동안 1000명에 달하는 실명 위기 환자를 구했습니다. 큰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죠. 각막이상증을 일으키는 돌연변이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치료제도 개발할 예정입니다.”

"2008년부터 1000명에 달하는 환자 실명 위기서 구했죠"
류정아 아벨리노 IR부문 대표(48·사진)는 회사의 주력 사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아벨리노는 라식·라섹 수술을 앞둔 환자의 ‘TGFBI 유전자’에 특정 형태의 돌연변이가 있는지를 검사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은 각막에 자극을 주는 수술을 받으면 3~5년 뒤 실명할 가능성이 높다. 수술 뒤 이상 단백질이 과다 증식해 각막을 뒤덮는 유전병 아벨리노각막이상증(GCD2)이 발병하기 때문이다. 류 대표는 “라식·라섹 수술을 하는 국내 안과병원의 80%가 수술 전 환자에게 해당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며 “이 검사를 하는 병원 5곳 중 4곳은 아벨리노의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 비용이 타사보다 비싸지만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시장 상당 부분을 점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처음 생긴 2008년부터 지금까지 70만 건이 넘는 검사를 했지만 한 건의 오류도 없었다는 게 류 대표의 설명이다.

아벨리노각막이상증을 일으키는 TGFBI 유전자 돌연변이는 모두 62가지다. 이 중 5가지 돌연변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벨리노는 당초 한 가지 돌연변이 검사 서비스만 운영했지만 5가지 모두 검사하는 서비스를 개발해 2015년 상용화했다. 향후 백내장 수술을 받는 사람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유전병이 있는 사람은 레이저를 이용한 백내장 수술도 받으면 안 된다. 류 대표는 “백내장 수술 시장 크기는 라식·라섹 수술 시장의 10배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아벨리노는 해외 마케팅을 위해 미국, 일본, 중국, 영국 등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50여 개 나라에 서비스를 수출하고 있다. 영국 법인은 아벨리노각막이상증을 근본적으로 고치는 유전자 치료제 연구개발(R&D)에 주력하고 있다. 이 치료제는 현재 전임상시험 단계다. 내년 1분기 미국에서 임상 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근본적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에 대해 미국 정부가 개발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 ‘패스트 트랙’ 제도를 이용해 3년 내 결실을 보겠다는 계획이다.

류 대표는 1993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2010년 고려대 경영대학원(MBA)을 이수했다. 2008~2016년 NH투자증권에서 일했다. NH투자증권 근무 당시 회사 업무차 투자할 곳을 찾다가 아벨리노에 대해 알게 됐다. 지난해부터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올해 6월 아벨리노 대표로 영입됐다. 류 대표는 “다양한 눈 관련 질병으로 검사·치료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