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제임스 앨리슨 미국 MD앤더슨암센터 면역학과 교수(70),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교수(76)는 암 환자의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새로운 형태의 항암제를 개발한 의학자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연구가 부작용이 작고 효과가 큰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암과 싸우는 면역 조절 스위치 발견노벨위원회는 1일 “두 교수가 면역계의 브레이크를 억제하는 방법이 암 치료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며 “매년 수백 명이 사망하는 암과의 싸움에서 획기적인 접근방법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두 교수는 면역관문수용체를 발견해 그 기능을 규명했다. 면역관문수용체는 면역기능을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하는 수용체다. 면역 조절 스위치 역할을 한다. 스위치가 켜지거나 꺼지면 면역기능이 작동해 인체 방어기능이 높아진다. 면역이 지나치게 활성화돼 정상세포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에만 이 같은 면역기능이 작동한다.앨리슨 교수는 1990년대 단백질 수용체인 CTLA-4가 면역세포인 T세포의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단백질 수용체의 차단제를 개발해 1994년 암이 있는 쥐에게 투여했더니 T세포가 활성화돼 암이 완치됐다. 2010년 이 치료물질이 피부암의 일종인 진행성 흑색종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혼조 교수는 1992년 CTLA-4와 비슷한 PD-1이 T세포의 브레이크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개발한 치료물질로 이전에는 치료하지 못하던 전이성 암 환자가 완치됐다. 1810만 명에 이르는 세계 암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앨리슨 교수는 “권위 있는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면서 “과학자들에게 강력한 동기는 지식의 새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치료제로 개발돼 환자 치료에 활용두 교수가 개발한 물질은 치료제 개발로도 이어졌다. 앨리슨 교수가 발견한 단백질 수용체 CTLA-4를 이용해 일본 제약사 오노약품공업과 BMS는 난치성 암치료제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밥)를 개발했다. 2010년 피부암인 악성 흑색종을 대상으로 효과를 입증한 뒤 2012년부터 폐암 등 다른 질환군으로 치료 범위를 확대했다. PD-1을 활용해 BMS의 옵디보(니볼루맙),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가 개발돼 암 환자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흑색종에서 전이된 뇌종양 등을 최근 완치했다고 밝힌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94)도 키트루다를 처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이들 치료제는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를 잇는 3세대 항암제로 불린다. 피부암, 폐암은 물론 두경부암 위암 등 다양한 암에 효과가 있어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국내 환자들은 일부 암종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다.국내에서도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보령제약, 제넥신, 신라젠 등이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역항암제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89건으로 2016년 대비 30.9% 증가했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두 교수가 발견한 면역관문수용체와 이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을 통해 암 환자가 장기 생존을 바라보고 완치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인류 건강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에 노벨상 수상이 충분히 예상됐다”고 했다.◆과학강국 일본, 24번째 수상자 배출이날 혼조 교수가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으며 일본은 다시 한 번 ‘과학강국’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혼조 교수는 일본 국적자로는 24번째 노벨상 수상자다. 의학·생리학 분야에서는 5번째 수상이다. 일본 언론들은 “혼조 교수의 연구 성과가 항암 신약개발로 이어졌고 류머티즘관절염 등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 연구에 응용되는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기여한 점이 높이 평가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일본이 2년 만에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연구 분야에 매달려 한우물을 파는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기업과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도 큰 힘이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상금은 900만크로나(약 11억2200만원)다. 두 명의 교수가 나눠 받는다. 시상식은 오는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노벨위원회는 물리학상(2일), 화학상(3일), 평화상(5일), 경제학상(8일)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할 계획이다. 문학상 수상자는 발표하지 않는다.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 내 잇단 성추문 사건으로 공정성을 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이지현/임유 기자/도쿄=김동욱 특파원 bluesky@hankyung.com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미국의 제임스 앨리슨 텍사스주립대 교수(70), 일본의 혼조 다스쿠 교토대 교수(76)는 암 환자 면역 관문을 억제하는 새로운 형태의 항암제를 개발한 의학자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연구를 토대로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높은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노벨위원회는 1일 “두 교수는 면역계의 브레이크를 억제하는 방법이 암 치료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를 보여줬다”며 “이는 암과의 싸움에서 획기적 요소가 됐다”고 평가했다. 두 교수는 면역관문수용체를 발견해 그 기능을 규명했다. 면역관문수용체는 면역기능을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하는 수용체다. 면역 조절 스위치 역할을 한다. 스위치가 켜지면 면역기능이 작동해 인체의 방어기능이 높아진다. 반면 면역이 지나치게 활성화돼 정상세포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에 만 이 같은 면역기능이 작동한다.앨리슨 교수는 1990년대 세포단백질인 CTLA-4가 면역세포인 T세포의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세포단백질의 차단제를 개발해 1994년 암이 있는 쥐에게 투여했더니 T세포가 활성화돼 암이 완치됐다. 2010년 이 치료제가 피부암의 일종인 진행성 흑색종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혼조 교수는 CTLA-4와 비슷한 PD-1이 T세포의 브레이크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개발한 치료제로 이전에는 치료하지 못하던 전이성 암 환자가 완치되기도 했다.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연구자들이 발견한 면역관문수용체와 이에 대한 치료제 개발을 통해 암 환자가 장기 생존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일본 의학자가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일본 출신 노벨상 수상자는 24명으로 늘었다.올해 노벨상 상금은 900만크로나(약 11억2200만원)다. 두 명의 교수가 나눠 받는다. 시상식은 오는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이지현/임유 기자 bluesky@hankyung.com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이 1일 가동을 시작했다. 앞으로 약 2년간 글로벌 제조 승인을 거쳐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게 된다. 업계는 2020년이면 3공장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 2공장에서 BMS, 로슈 등의 제품 생산 허가를 받은 경험이 있어서다. 분식회계 사태로 휘청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공장 가동을 계기로 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CMO) 시장의 강자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삼성바이오로직스의 3공장은 단일 공장 기준 18만L 규모다. 한 번에 18만L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장 면적은 상암월드컵경기장의 약 두 배인 11만8618㎡에 달한다. 스위스 론자,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등 경쟁사의 공장 규모는 평균 9만L다. 그동안 규모가 5만L 이상인 공장은 투자비가 많이 들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바이오업계의 인식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공장은 이 같은 고정관념을 깼다는 평가다. 1, 2공장을 건설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건립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도 절감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공장은 2공장 대비 생산 규모는 약 20%, 설비는 60% 이상 증가했음에도 2공장보다 2개월 단축한 10개월 만에 검증을 끝냈다.혁신적인 유지 보수 방식을 도입해 생산 제품을 변경할 때 발생하는 손실도 최소화했다.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최신 관류 기술을 결합하고 물류 동선을 최소화했다. 배양과 정제 기간을 최소화해 대량생산뿐만 아니라 다품종 소량생산도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설계와 핵심 설비 이중화를 통해 조업 중단 없이 365일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공장 콘셉트, 디자인부터 자체적으로 설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3공장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삼성만의 독자적인 기술을 살린 공장”이라며 “운영 비용은 규모가 작은 기존 2공장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3공장 가동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세계 최대 CMO 자리를 예약하게 됐다. 삼성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은 1공장(3만L)과 2공장(15만L)을 합쳐 총 36만L다. 론자와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이 생산시설 확장 계획을 발표했지만 공장 완공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세계 1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경쟁사보다 선제 투자한 3공장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CMO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전략이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9월 말 기준 총 24개사와 33개 제품에 대한 바이오의약품위탁개발 및 생산(CDMO) 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 11월 처음 글로벌 제조 승인을 획득한 이후 약 2개월마다 한 건씩 승인을 획득하며 총 19건의 제조 승인을 획득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3공장의 생산 돌입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CMO기업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세계 최고의 CMO 경쟁력을 바탕으로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