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인공지능(AI) ‘왓슨’을 내년부터 한국의 기업 현장에 본격 투입한다. 의료계에 처음 적용한 데 이어 산업계로 범위를 확장한다. 해양플랜트 기술문서와 같은 기업 데이터 분석 분야로까지 왓슨 서비스를 넓혀가기로 했다.

한선호 한국IBM 왓슨사업부 총괄 상무(사진)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모든 분야에 왓슨을 적용하는 게 목표”라며 “내년부터 제조업이나 금융 등 전문적인 데이터분석이 필요한 업계를 대상으로 왓슨 서비스를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AI닥터로 의료계 진출한 '왓슨'… "내년 산업현장에 본격 투입될 것"
해양플랜트 수주 입찰과 같은 분야가 대표적이다. 해양플랜트 입찰금액은 수조원 규모여서 관련 기술문서만 수백 권이 넘는다. 왓슨은 방대한 기술 자료를 머신러닝(기계학습)으로 분석해 입찰 실무자에게 필요한 자료만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도면 내 수치 오류나 모호한 문구를 찾아내 미리 위험성을 알리기도 한다. 해외 업체를 중심으로 이 같은 왓슨 서비스가 도입되고 있다.

한 상무는 “한국 내 기업용 AI 시장의 90% 정도가 단순 고객상담과 같은 챗봇(채팅로봇) 분야지만 내년부터는 전문 데이터 분석이 전체 시장의 3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BM은 한국 내 카드사나 은행의 챗봇을 대상으로 한 왓슨 적용도 늘려나갈 방침이다. 전체 상담 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간단한 질문을 왓슨이 처리하게 해 상담 품질을 높이도록 돕는다는 얘기다.

한 상무는 “상담 내용을 실시간 자연어 처리 기술로 데이터화하고, 이를 왓슨이 분석해 상담의 문제점 등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업이 마케팅 전략을 보다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닥터로 의료계 진출한 '왓슨'… "내년 산업현장에 본격 투입될 것"
건축설계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토데스크는 지난해 왓슨을 고객 상담업무에 도입했다. 기존에는 상담이 완료되기까지 1일 이상이 걸렸으나 왓슨 도입 이후엔 분 단위로 단축됐다.

시장조사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는 세계 기업용 AI 시장이 지난해 84억5000만달러(약 9조5100억원)에서 2022년 614억1000만달러(약 69조13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IBM은 기업용 AI 시장에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지난해 왓슨의 일부 기능을 무료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개발자의 폭을 넓히고 표준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왓슨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은 대화, 번역, 성격 분석 등 6가지 기본 기능이다. 이미지 인식이나 음성합성과 같은 고급기능을 사용할 때만 비용을 추가로 내면 된다.

IBM은 기업용 맞춤형 AI 비서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3월 ‘왓슨 어시스턴트’ 서비스를 공개했다. 기업이 이를 사용하면 자체적인 음성 비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특정 브랜드의 맞춤형 AI 비서도 제작할 수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