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재 확보에 '올인'
구글·LG, 대학·연구소와 협업
연구비 등 지원해 선점 경쟁
네이버, 후원학회 5개→9개로
경쟁사에서 스카우트도
애플, 4월에 구글 부사장 영입
SKT는 애플 '시리' 담당자 채용
韓 석·박사급 인력 7천명 모자라
지난 7월 호주 멜버른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산언어학회(ACL)’ 정기 학술대회장. ACL은 인공지능(AI)의 한 축인 자연어처리 분야에서 최고 권위의 학술대회로 꼽힌다.
이곳에서 연구결과 발표장 못지않게 열기가 뜨거웠던 쪽은 학술대회장 밖이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미국 기업과 바이두, 텐센트, 화웨이, 징둥닷컴 등 중국 기업이 부스를 차려놓고 행사에 참석한 AI 인재들에게 구애하느라 각축전을 벌였다. 삼성전자와 네이버 등 한국 기업의 부스도 눈에 띄었다.
ACL 학술대회에 참석한 나승훈 전북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부족한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세계 유명 학회를 저인망식으로 훑는다”고 전했다.
◆학계 인력 선점 치열해
기업들은 해외 AI 인력을 대거 영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채널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해외의 AI 학회라고 입을 모은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스웨덴 ‘머신러닝국제학회(ICML)’에서 AI 전문가를 채용했다. 삼성전자는 해외 주요 학회를 1 대 1로 전담하는 임원이 현장에 파견돼 AI 인재를 영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돈을 들여 후원하는 글로벌 AI 관련 학회를 지난해 5개에서 올해 9개로 두 배 가까이 늘렸다. 네이버 관계자는 “세계 학계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기업 인지도를 높이고 우수한 인재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장소는 학회만한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세계 유명 대학이나 연구소와 협업하는 것은 AI 인재를 ‘선점’하는 전략이다. 구글은 2016년 캐나다 몬트리올대에 AI 연구소를 설립했다. LG전자도 최근 캐나다 토론토대와 함께 AI 전문 연구소를 열었다. 네이버와 엔비디아는 각각 홍콩과학기술대, 대만국립대와 AI 연구 관련 협력관계를 맺었다.
그런가 하면 삼성전자는 지난 7일 미국 뉴욕에 AI 연구센터를 추가로 신설했다. 이를 포함해 미국 캐나다 영국 러시아 등에 글로벌 AI 연구 거점을 여섯 곳이나 마련했다. 현지에서 AI 인재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는 거점이다.
◆경쟁사 전문가까지 영입
기업들은 같은 AI 인력이라도 ‘A급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명 학자가 특정 기업으로 옮기면 거기로 인재가 몰리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일명 ‘AI 4대 천왕’이라고 불리는 석학들이 대표적이다.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와 얀 르쿤 미국 뉴욕대 교수를 영입한 곳은 구글과 페이스북이다.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는 삼성전자 연구원들과 AI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2017년까지 바이두의 AI 연구를 이끌었다.
경쟁사에서 AI 인재를 빼앗는 스카우트전도 치열하다. 애플은 지난 4월 구글의 존 지안난드리아 AI 총괄부사장을 영입했다. 구글은 2월 삼성전자에서 AI 비서 ‘빅스비’를 개발한 이인종 부사장을 데려갔다.
삼성전자도 작년 MS에서 래리 헥 박사를 스카우트했다. SK텔레콤은 2월 애플에서 시리 개발을 담당한 김윤 전무를 AI리서치센터장으로 임명했다.
◆턱없이 부족한 AI 인력
글로벌 기업들이 AI 인재 확보전을 벌이는 것은 자국 내 인력이 부족해서다. 텐센트가 내놓은 ‘2017 글로벌 AI 인재 백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필요한 AI 인력은 100만 명에 달하지만 공급은 30만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영 KAIST 인공지능연구소장은 “글로벌 인재들이 몰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조차 ‘AI’라고 발음할 줄만 알면 채용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며 “한국 내 AI 인력난은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2022년까지 5년 동안 국내 AI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이 9986명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석·박사급 인력은 7276명 모자랄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 간 인공지능(AI) 인재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AI 스피커, AI 음성비서는 물론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AI를 축으로 한 4차 산업혁명 분야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지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10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IT기업들은 AI 관련 해외 학회를 찾아다니며 AI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네이버는 지난 7월 호주와 미국에서 각각 열린 ‘전산언어학회(ACL)’와 ‘정보검색콘퍼런스(SIGIR)’에 참가해 AI 인재 구인에 나섰다. SK텔레콤은 같은 달 스웨덴 ‘머신러닝국제학회(ICML)’에서 AI 분야 전문가들에게 자사 사업현황을 설명하고 채용을 진행했다. 삼성전자도 올해부터 상무급 임원들이 해외 주요 학회를 하나씩 맡아 AI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미국의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과 중국의 바이두, 텐센트 등도 AI 관련 각종 학회를 인재 영입 채널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대식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AI 인재가 크게 부족하자 이론 중심 학회 행사에서 IT기업들이 부스를 차려놓고 영입에 나설 정도”라고 말했다.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감독 업무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이르면 내년부터 도입하겠다고 10일 밝혔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감독당국도 적극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윤 원장은 이날 서울 마포에 있는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핀테크(금융기술) 타운홀 미팅-핀톡(FinTalk)’에서 이처럼 말했다. 핀톡은 120명의 핀테크 업계 관계자와 금융회사 직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핀테크 관련 애로사항과 개선의견을 윤 원장을 비롯한 금감원 임직원 등에게 제시하고 이들과 토론하는 자리다.윤 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르면 내년부터 섭테크(SupTech)와 레그테크(RegTech)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섭테크란 금융감독당국이 감독(Supervision)에 기술(Technology)을 접목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금융감독 업무를 최대한 자동화하고 금감원 직원들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고난도의 판단이 요구되는 업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약관심사를 할 때 기존에는 금감원 직원이 규정 위반, 소비자 권익 침해 여부 등을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고 심사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AI가 1차적인 적정성을 판단한다.‘레그테크’는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금융회사로서 금융규제 준수를 위해 기술의 도움을 받는 것을 뜻한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정보기술(IT) 시스템이 금융 관련 법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준수하는 ‘기계 판독 규제(MRR: Machine Readable Regulation)’ 시스템을 아시아 최초로 도입하기 위해 파일럿 테스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MRR이란 전자금융감독규정과 같은 금융규제를 기계가 인식해 관련 데이터를 금융회사 내부에서 추출한 다음 금감원에 보고하는 시스템이다.금감원 측은 MRR이 도입되면 금융회사가 감독규정 등을 준수하기 위해 들이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 밖에 금융감독에 챗봇(Chatbot) 시스템을 시범 구축해 금융회사와 소비자들의 질의에 AI가 답과 해당 자료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인공지능(AI) 전문인력이 부족한 한국의 AI 기술은 어느 수준일까.지난해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내놓은 ‘AI 기술 및 정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6월 기준 AI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은 미국 IBM(537건)이었다. 2위도 미국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514건)였다. 10위 안에는 일본(5개)과 미국(3개)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 기업으론 9위 삼성전자(185건)가 유일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2017년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수준 조사’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AI 기술력을 100으로 기준 삼았을 때 한국의 기술력은 78.1에 불과했다. 이는 중국(81.9)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1년 전 조사에서는 한국(73.9)이 중국(71.8)에 앞섰지만 결국 추월을 허용했다. 지난해 일본의 AI 기술 수준은 83.0, 유럽연합(EU)은 88.1로 역시 한국보다 높았다.한국의 AI 경쟁력이 낮은 것은 그동안 AI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AI 연구개발(R&D) 관련 지출은 2013년 366억원에서 지난해 2344억원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중국(지난해 6조원)과 미국(2015년 1조2000억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정부는 1990년 AI의 음성인식·자동통역 분야에 7년간 900억원을 투자한다고 했지만 투자액은 54억원에 그치기도 했다.미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 ‘CALO’, ‘DARPA’ 등의 AI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이후 ‘CALO’에서 음성개인비서 연구부문을 독립시켜 벤처기업 시리를 설립했다. 애플은 시리를 2억달러에 인수했고 자사의 스마트폰 아이폰에 적용했다.중국은 AI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정해 2030년까지 1조위안 시장 규모의 AI 핵심 산업, 10조위안 규모의 관련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또 분야별로 AI 선도기업을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바이두는 자율주행자동차, 텐센트는 의료·헬스, 알리바바는 스마트시티 분야를 맡는 방식이다.한국 정부는 뒤늦게 AI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5월 ‘AI R&D 전략’을 내놨다. 2022년까지 AI에 특화된 대학원 6곳을 신설하는 등 AI R&D에 5년간 총 2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