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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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을 받은 A씨(61)는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뒤 격리조치 없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A씨가 인천공항에서 휠체어를 요청해 타고 들어올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1차 방역망인 인천공항 검역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A씨는 7일 오후 4시51분 쿠웨이트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휠체어를 요청해 이를 타고 공항 검역대를 통과했다. 당시 A씨를 조사한 검역관은 환자 체온이 36.3도로 높지 않아 “14일 안에 발열 기침 등 증상이 생기면 병원을 찾으라”는 안내만 하고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격리 조치 없이 오후 5시38분 인천공항을 나선 A씨는 부인과 함께 택시를 타고 오후 7시22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삼성서울병원은 A씨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하고 즉시 격리 조치했다. 인천공항 검역관이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환자가 10일 전에 6차례 정도 설사를 했지만 입국했을 당시에는 먹는 약도 없고 증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며 “A씨의 답변에 의존하다 보니 단순 설사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A씨가 머물렀던 쿠웨이트를 메르스 발생 국가로 추가했다.

삼성서울병원은 택시를 타고 도착한 환자를 선별진료소에서 진찰한 뒤 바로 음압병상으로 옮기고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삼성서울병원에서 첫 환자를 발견해낸 것이다. 이날 환자 진료를 했던 선별진료소와 음압병상은 메르스 사태 후 병원이 자체적으로 590억원을 들여 지은 시설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질병관리본부에서 밀접접촉자로 분류한 의료진 4명 외에 보안 요원 1명과 소독 요원 3명을 추가로 자체 격리 대상에 포함했다.

전문가들은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는 검역 체계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 환자는 기내 방송을 제대로 듣지 못하거나 문자 안내에 익숙지 않다”며 “이들이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큰 글씨로 리플릿을 제작해 배포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3년 전과 같은 대규모 메르스 감염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A씨가 입국해 병원까지 이동하는 동안 직접 접촉한 사람이 많지 않고 바이러스 전파의 주요 원인인 기침 증상이 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