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단순한 몸집 키우기는 아니다. 구글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의 거센 공격으로 국내 입지가 좁아지자 이를 돌파할 신사업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위기에도 新사업 인력 대폭 늘렸다
구글 유튜브에 대응 나서

27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직원 수(계열사 포함)는 지난 6월 말 기준 9100명까지 늘어났다. 작년 말(8100명)보다 14.1%(100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 본사의 직원 증가율은 22.0%에 달한다. 카카오 직원 수는 지난해 말 5832명에서 올 상반기 6606명으로 불었다. 13.3%(774명) 증가했다.

두 기업 모두 1년 전과 비교하면 직원 수가 각각 20% 이상 늘었다. 국내 전반적인 고용 상황과 비교하면 두드러진다. 지난 1년간(지난달 기준) 국내 전체 취업자 수 증가율은 1%를 밑돌았다. 제조업 취업자는 같은 기간 2.7% 줄었다.

IT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성장세가 이어져 인력이 계속 늘어나긴 했지만 10% 이상 급증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지난 2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20.7% 늘었다. 카카오도 같은 기간 매출이 25.7% 증가했다.

주목되는 것은 두 회사가 위기 속에서 오히려 고용을 늘린다는 점이다. 두 회사는 구글 등에 국내 시장을 급속히 빼앗기고 있다. 네이버는 인터넷 검색서비스 분야에서 구글 유튜브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이 6월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앱(응용프로그램) 이용 시간을 조사한 결과 1년 동안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 이용시간은 43% 늘어났지만 네이버는 7% 줄었다.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인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음원 유통 서비스 멜론 이용자 수는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페이스북 메신저와 유튜브로 음원을 즐기는 국내 이용자는 급증하고 있다.

신사업에 공격적 투자

네이버는 인공지능(AI)과 동영상 콘텐츠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AI 관련 인력을 1500명 이상 채용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향후 AI는 모든 IT 서비스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한순간에 확 밀려난다”며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뒤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네이버는 내년까지 동영상 등 신규 콘텐츠 확보에 총 6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올해 전체 연구개발(R&D) 비용을 전년(1조1302억원)보다 20% 이상 늘릴 계획이다. 올 상반기 매출 대비 R&D 투자비율은 25.0%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해외에서는 자회사 라인을 통해 웹툰, 금융서비스 등의 인력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카카오는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인력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는 멜론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엠과 합병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엠의 콘텐츠 제작 부문은 별도의 자회사로 분리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카카오는 6월 이병헌 씨 등 한류스타 소속의 엔터테인먼트사 세 곳 지분을 30%씩 총 154억원에 사들였다.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와 간편결제 업체인 카카오페이, AI 플랫폼을 전담하는 카카오브레인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자회사들의 인력도 늘렸다. 지난 3월에는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카카오지도 설립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