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하나 만들어 덜렁 내놓는 게 대단한 기술입니까? 영세한 사람들 일자리 빼앗아가는 게 무슨 4차 산업혁명이냔 말입니다.”

택시단체 관계자의 이런 항변은 공유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분노가 뒤섞인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택시업계 4개 단체인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최근 공동성명에서 “승차공유 서비스를 빌미로 일부 플랫폼업체가 운송질서를 교란하고 자가용 불법영업을 자행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택시업계 종사자의 생존권 보장 요구를 기득권을 지키려는 집단이기주의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숙박업자들은 에어비앤비 형태의 숙박공유 서비스가 내국인으로까지 대폭 허용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대한숙박업중앙회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공유민박업의 양성화를 반드시 막겠다”고 밝혔다.

조직화한 이들 단체의 영향력은 선거 때 ‘표’로 나타나기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이 공유서비스 규제에 과감히 손을 댈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회에는 택시업계 요구를 반영한 법안이 두 건 발의돼 있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카풀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출퇴근시간’ 규정을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명시했다.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의 같은 법 개정안은 출퇴근시간 카풀까지 불가능하도록 했다. 모두 승차공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출현을 원천 봉쇄하는 법안으로 꼽힌다. 부산·강원·제주에서 숙박공유를 허용하는 내용의 ‘규제프리존’ 법안은 수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공유경제 스타트업과 기존 사업자 간 충돌은 해외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승차공유 서비스를 둘러싼 갈등을 중재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한 채 단속 중심의 소극적 행정을 편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반면 신산업 육성 못지않게 면허제인 택시산업의 보호·관리 역시 공무원들의 책무인데, 일방적으로만 비난받는 건 억울하다는 정부 측 반론도 나온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