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간이식 역사 새로 썼다"… 서울아산병원, 세계 처음 생체간이식 5000건 달성
지난 2일 오전 7시 말기 간경화 환자 전모씨(58)가 아들 김모씨(25)의 간 일부를 이식받기 위해 서울아산병원 서관 3층 수술장 수술대에 누웠다. 이승규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팀은 이날 오후 8시께 12시간 남짓 걸린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수술은 병원에서 진행한 5000번째 생체 간 이식수술이다. 뇌사자가 아닌 산 사람의 간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 수술을 5000건 넘게 한 병원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없었다.

서울아산병원이 세계 간이식 수술의 새 역사를 썼다. 생체 간이식 수술 5000건을 달성했다고 8일 발표했다. 이날 병원은 말기 간경화로 투병중인 양모씨에게 형과 누나의 간 일부를 각각 떼어내 이식하는 2대1 생체간이식을 했다. 500번째 2대1 생체간이식 수술로, 이 또한 세계 첫 기록이다.

서울아산병원은 1994년 처음 생체간이식 수술을 시작했다. 간염 환자가 많지만 뇌사자 기증이 적어 이식 가능한 환자가 적은 한국에서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기증조건이 맞지 않는 환자에게는 이조차 남의 얘기였다. 이 교수는 이들을 위해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을 고안했고 2000년 세계 처음으로 성공했다.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은 두명의 기증자 간을 절제한 뒤 수혜자에게 이식해야 해 세 명의 수술을 동시에 한다. 세 명의 수술을 위해 외과 의사만 12명이 필요하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3명, 수술방 간호사 12~15명, 회복실 간호사 6명 등 30명 넘는 의료진이 매달려야 한다. 고난도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은 15~16시간이 걸린다. 어려운 수술은 24시간 넘게 진행해야 한다. 2대1 생체간이식이 간이식 전공 의사들에게 꿈의 수술로 불리는 이유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
서울아산병원은 세계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의 95% 이상을 맡고 있다.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러시아 등 해외 곳곳에서 환자가 꾸준히 병원을 찾는다. 전체 생체간이식 수술 성공률은 97%다. 5500명 넘는 간 기증자는 모두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수술법을 배우기 위해 병원을 찾는 의료진도 늘고 있다. 미국, 독일, 영국, 일본, 중국, 홍콩 등 최근 3년간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을 찾아온 해외 의료진만 1500여명에 달한다.

병원은 그동안 뇌사자 기증 간이식 수술도 1023건 했다. 1992년 첫 뇌사자 간이식 수술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6000여명 말기 간질환자의 목숨을 구한 셈이다. 이 교수는 “세계 의료계에서 ‘생체 간이식의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팀원들의 협력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는 “국내 및 전 세계 간이식 발전을 선도하며 세계 간질환 치료의 4차 의료기관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