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급이 전면 금지된 대마 성분 의약품을 희귀·난치병 환자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불법이던 '대마 성분 의약품' 사용 가능해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외에서 허가받은 대마 성분 의약품을 자가 치료용으로 수입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18일 발표했다. 대마 성분 의약품은 소아 뇌전증(간질), 에이즈, 다발성경화증, 암 등 희귀·난치병에 수반되는 경련과 구토 등을 완화하는 데 쓰인다. 영국,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대체치료제가 없다는 이유로 대마 성분 의약품을 허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엄격히 금지했다. 이 때문에 환자와 환자 가족들은 법망을 피해 해외에서 몰래 의약품을 들여오고 있다.

식약처는 뇌전증 환자단체의 지속적인 요구를 받아들여 사용허가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달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대마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에피디올렉스(Epidiolex)’를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로 승인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대마는 대마초 섬유 또는 종자 채취, 공무수행 및 학술연구 목적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수출입, 제조, 매매 등의 행위가 전면 금지돼 있다. 식약처는 지난 1월 국회에 발의된 대마 관련 법률안을 수정·보완해 대마를 치료용으로 수입·사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해외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대마초 식품, 대마오일, 대마추출물 등은 계속 수입·사용을 금지한다.

대마 성분 의약품을 사용하려면 환자는 의사 진료 소견서를 받아 식약처에 수입·사용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식약처가 승인하면 승인서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제출하면 된다. 식약처는 국외 허가된 의약품의 용법·용량, 투약량, 투약일수 및 환자 진료기록에 대한 의사협회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 약물 오남용이나 의존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검증한 뒤 승인서를 발급할 예정이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이를 토대로 해외에서 허가된 대마 성분 의약품을 수입해 환자에게 공급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