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심의 작업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분식회계 여부를 가를 최대 변수로 떠오른 미국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콜옵션을 둘러싼 진실공방도 뜨겁다. 금융위는 10일 회계전문심의기구인 감리위원회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심의 절차를 논의했다. 감리위에 공식 안건이 상정되기 전 심의 절차를 사전 논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정한 심의 제재 절차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삼성바이오 심의 본격 착수… 누구 손 들어줄까
감리위 최초로 대심제 적용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감리 심사의 첫 관문은 오는 17일 감리위가 될 예정이다.

감리위에선 9명의 민·관 감리위원들이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을 듣고 타당성을 심의해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을 정리한다. 이 감리위에는 처음으로 대심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대심제란 법원에서 열리는 재판과 같이 제재 대상자와 금감원 검사부서가 동석해 동등하게 진술 기회를 얻는 제도로 변호사도 대동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 검사부서와 한 테이블에 앉아 회계처리의 적정성과 고의성 여부를 놓고 ‘대면 공방’을 벌이게 된다. 금융위는 사안의 복잡성을 감안해 민간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소위원회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리위와 증권선물위원회 절차를 진행하며 중간중간 소위원회를 병행해 활용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견들은 23일 또는 다음달 7일 증선위에 보고돼 5명의 증선위원이 최종 제재 수위를 확정한다.

심의과정서 결정적 증거 나올지 관심

심의 과정에서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벼랑 끝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감리 건으로는 사상 최대인 60억원의 과징금과 검찰 고발 등 ‘최고 수위’ 제재를 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소액주주들의 소송 등 후폭풍도 예상된다. 금감원 역시 사전조치를 공개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으로부터 절차적 문제를 지적받은 만큼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사태를 키운 데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이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혐의를 입증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있다고 언급해온 만큼 이를 제시할지 주목된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의사가 관건

핵심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 처리를 변경한 것이 고의적이었는지 여부다. 삼성은 이 시기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만큼 확보할 수 있고 이사회 구성이 동수가 돼 단독 지배력을 상실한다는 점에서다.

금감원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삼성이 의도적으로 회계를 변경했다고 보고 있다. 바이오젠이 유럽 외 판권을 주면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했으나 삼성이 이를 거부해 사실상 행사 가능성이 줄었다는 지적이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지배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는 점도 비판하고 있다.

삼성은 이 같은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회계변경 목적으로 바이오젠에 콜옵션 행사를 요구한 적이 없고, 나스닥 상장 계획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콜옵션 계획을 협의했고 이후 바이오젠이 문서를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바이오젠은 2015년 상장가격이 충분하면 콜옵션 행사 의사가 있다고 통보했다고 삼성 측은 밝혔다. 또 바이오젠과 주주 간 약정 요건에 따라 주총결의 시 52% 지분을 확보하지 않으면 단독 경영이 불가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삼성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의사와 무관하게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회계를 변경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 평가법과 회계법인들의 적정성 판정과 관련한 위법 등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하수정/전예진 기자 agathe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