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직접 하는 것보다 보는 걸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게임이 영화나 TV 예능프로그램처럼 시청 엔터테인먼트로 자리잡았다. 게임 동영상을 중계하는 서비스산업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3년 새 두 배 이상 커진 시장

7일 게임 전문 인터넷방송인 트위치의 통계분석 사이트 트위치트랙커에 따르면 세계 트위치 시청자 수(하루 평균 기준)는 2015년 4월 50만4090명에서 지난달 101만1352명으로 3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에서도 게임 시청자가 급증세다. 최근 30일 동안 국내 프로게이머 ‘페이커(본명 이상혁)’가 중계한 게임방송의 실시간 시청자는 하루 평균 2만1528명에 달했다. 최고 시청자 수는 3만6444명이었다. 게임 스트리머(인터넷방송 진행자)인 ‘풍월량’이 중계하는 방송의 실시간 시청자 수는 같은 기간 하루 평균 1만655명으로 집계됐다. 풍월량은 매일 오후 7시 이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7~8시간에 걸쳐 게임장면을 인터넷으로 중계방송한다.
시청자 6억6500만명… 게임 동영상 중계 '황금알'
유튜브, 아프리카TV, 믹서 등 다른 개인 동영상 플랫폼 업체에서는 매일 수십만 명 이상이 게임 동영상을 즐기고 있다. 게임 전문 조사기업인 슈퍼데이터는 지난해 세계 게임 동영상 시청자 수와 시장 규모가 각각 6억6500만 명과 46억달러(약 4조9542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스트리밍산업도 성장세 타

게임 중계에 시청자가 몰리면서 관련 산업도 커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1월 게임 스트리머 지원 프로그램을 공개하면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최근 아프리카TV의 실적이 개선된 것도 게임 시청자가 늘어나면서다.

아프리카TV 시청자의 절반 이상이 게임 방송을 본다. 아프리카TV로 온라인 총싸움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시청한 이용자 수(월 기준)는 지난해 8월 400만여 명에서 12월 980만여 명으로 증가했다. 덕분에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60억원으로 전년(47억원)보다 28.2% 증가했다.

게임업체들도 게임 방송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4000만 장 이상 팔린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 블루홀은 게임 개발 초기부터 게임방송 기획 직원 등을 따로 두고 게임을 만들었다. ‘어쌔신 크리드’ 등의 게임을 개발한 유럽의 게임업체 유비소프트는 저작권 논란에도 자사의 게임중계를 독려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방송의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에 게임중계 비용을 요구하거나 저작권을 문제 삼는 게임 업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보는 재미’ 찾는 시청자들

스트리머도 증가하는 추세다. 트위치에 등록돼 있는 스트리머가 개설한 인터넷 채널 수는 2015년 4월 1만4547개에서 지난달 3만9393개로 급증했다. 스트리머는 인터넷방송 시작 전의 광고, 시청자 구독료, 방송 중 기부 등으로 수익을 챙긴다. 구독 시청자가 지급한 돈은 동영상 플랫폼업체가 일정 금액을 갖고 나머지를 스트리머가 갖는다. 광고 수입은 구독자 수가 많을수록 늘어난다. 트위치의 세계 인기 1위 스트리머 ‘닌자’의 월 수입은 5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슈퍼데이터의 설문조사(복수응답)에 따르면 ‘관심 있는 게임 정보를 얻기 위해 게임 영상을 찾는다’고 답한 비율이 76%로 가장 많았다. ‘지금 하고 있는 게임 정보 습득’(57%), ‘새로운 게임 전략 정보 습득’(47%) 등의 응답률도 높았다.

단순히 ‘재미(엔터테인먼트) 있어서’ 게임 영상을 보는 시청자는 60%에 달했다. 국내에서는 연예인들이 게임중계 방송에 나서면서 TV 예능프로그램을 보듯이 게임중계 방송을 즐기는 시청자가 증가하고 있다. 개그맨 김기열, 가수 홍진영 등의 게임중계를 실시간으로 보는 시청자가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