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와 매출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케이블TV 업체들이 다양한 신사업을 시도하며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지역 기반 사업자답게 렌털과 에너지 관리 솔루션 등 지역 맞춤형 신사업으로 활로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IPTV에 밀린 케이블TV, 지역밀착형 사업으로 반격
◆렌털부터 에너지관리까지

케이블 1위 사업자인 CJ헬로는 에너지 절감 서비스와 가상현실(VR) 서비스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전기에너지 효율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워클라우드’ 사업이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전기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전력 소비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기존 방송·통신사업의 지역 네트워크 인프라를 토대로 2020년까지 노후 석탄발전소 2기 생산량에 준하는 600㎿h의 전력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VR 사업도 추진한다. 먼저 놀이형 VR 체험시설을 통해 초기 VR 시장에 안착한 뒤 가정 내 VR 플랫폼을 대중화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 관계자는 “케이블TV 사용자가 집안에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장비를 머리에 쓰고 VR 플랫폼에 접속하면 한류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대형 콘서트의 현장감과 감동을 VR로 전달하는 것이 CJ헬로가 생각하는 VR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CJ헬로는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렌털과 사후관리, 생활 케어서비스 사업을 추가하면서 렌털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티브로드는 개인 고객 대상 ‘스마트홈캠’ 서비스를 시작으로 지역 내 어린이집과 소상공인, 숙박시설, 병원, 아파트를 대상으로 폐쇄회로TV(CCTV)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스마트렌털’ 사업은 초고화질(UHD) TV와 노트북, 생활가전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한국전력과는 원격검침 사업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현대HCN은 지난 2월 무인 키오스크 서비스를 내놨다. 무인 키오스크는 고객이 상품 정보를 확인하고 구매하는 과정을 단말기 하나로 처리하는 무인화 서비스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한 매장 메뉴와 프로모션 등을 스마트폰으로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 서비스와 무인 키오스크를 결합해 매장운영, 고객관리, 매출관리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통합솔루션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CMB는 자사 고객에게 TV를 정상가보다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부터 세탁기도 판매 목록에 추가했다. 딜라이브는 지난달 부산 대연동에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전용 하드웨어 ‘딜라이브 플러스’ 전문 판매 매장을 열었다. 딜라이브는 2016년 7월 케이블업계 최초로 OTT 기기를 선보여 작년 말까지 15만 대를 판매하며 16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료방송시장 정체

케이블TV 업계가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은 본업인 유료방송 사업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바탕으로 유료방송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2017년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IPTV 사업자들이 확보한 가입자는 1289만 명으로 케이블TV 가입자 1389만 명을 거의 따라잡았다. 매출 규모는 이미 IPTV가 케이블TV를 추월했다. IPTV 사업자의 2016년 매출은 2조4277억원으로 케이블TV 사업자의 2조1692억원보다 많았다. 지난해에는 격차를 더 벌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 관계자는 “방송시장이 정체되면서 케이블TV 업체들이 지역 기반 신사업으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며 “전통미디어로 여겨졌던 케이블TV가 VR, OTT, AI 등 신산업으로 이미지 개선도 모색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