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질환 조기 진단이 목표…원격의료 접목해 비용 줄였죠”
“고령화사회가 오면서 의료 서비스의 중심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그런데 매번 값비싼 검사를 받을 수 없으니 비용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비용은 더 저렴하고 성능은 더 좋은 눈 질환 검사 기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국경민 루티헬스 대표(사진)는 개발중인 의료기기 ‘ELI’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ELI는 무산동 안저(眼底·안구 속의 뒷부분) 검사 기기로 실명으로 이어지는 치명적 눈 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 무산동은 부교감신경 억제 물질 ‘산동제’를 안 써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검사방식이다.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노년층은 눈 질환을 조기에 발견 못해 실명하는 일이 적지 않다. 간편하고 저렴한 검사가 가능해지면 이런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국 대표의 설명이다.

국 대표는 “큰 병원에서 쓰는 망막진단장비(OCT)는 기기 가격이 5000만원이 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안과 전문의도 필요하다”며 “가격이 1000만~1600만원인 보급형 장비도 있지만 이 기기는 성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국 대표는 “ELI는 가격이 약 650만원으로 기존 장비보다 저렴하면서도 보급형에 비해 검사 정확도가 높다”며 “장비 속 렌즈가 스스로 움직여 최적화된 안저 사진을 찍는 7단계 알고리즘을 개발해 ELI에 적용한 게 검사 정확도를 높인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보급형 장비는 전문의가 직접 장비를 들고 렌즈를 이리저리 조절해야 했다. 국 대표는 “자동 촬영 방식을 적용하면 전문의가 환자 옆에 붙어있을 필요가 없어 검사 비용을 낮출 수 있으면서도 안저 사진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 옆에는 전문의가 없어도 검사 원격의료망을 통해 결과 판독은 전문의가 한다.

국 대표는 “시골 병원에서 의사가 ELI를 작동시켜 환자의 안저 사진을 촬영하면 이 정보가 도시의 안과 전문의에게 전송된다”며 “이 전문의가 검사 결과를 판독해 다시 환자에게 보내면 환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를 받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격의료가 국내에서 불법이기 때문에 국 대표는 일차적으로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국 대표는 “캐나다 원격의료업체 레티나 랩스와 협력해 미국에서 첫 판매를 할 계획”이라며 “레티나 랩스는 자신의 병원 네트워크를 활용해 루티헬스가 ELI를 각 병원에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ELI로 생긴 판독 업무를 레티나 랩스가 맡아 수익을 올리는 사업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국 대표는 “오는 연말께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며 “향후 한국에서도 원격의료 규제가 완화되면 국내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 대표는 2014년 한국산업기술대 나노-광공학과를 졸업한 뒤 2016년 동국대 의료기기산업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의료산업 투자업체 디지털살루스에서 2015~2016년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루티헬스를 만든 건 지난해 4월이다.

국 대표는 “오는 8월부터 6개월 동안 베트남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협력해 ELI를 활용한 실명 예방 원조활동을 한다”며 “이 때 실측 데이터를 축적해 미국 세일즈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LI가 스스로 움직이지만 아직 인공지능(AI)은 아닌데 앞으로 이 수준까지 성능을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