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상위 20% 계층이 소득 하위 20% 계층보다 평균 6년 넘게 더 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큰 병을 앓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기간은 11.3년 더 길었다.

한국건강형평성학회(회장 강영호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2010~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와 사망자료를 토대로 한 전국 17개 광역시·도와 252개 시·군·구별 건강 격차 실태조사 결과를 26일 공개했다.

소득 격차 = 수명 격차
2015년 기준 전국 남녀의 평균 기대수명은 82.5세(남성 79.1세, 여성 85.3세)였는데 소득 상위 20%는 85.1세로 이보다 더 긴 반면 하위 20%는 78.6세로 짧았다. 소득에 따라 평균 수명이 6년 넘게 차이난다는 의미다. 기대수명은 특정 연도에 태어난 신생아가 앞으로 몇 살까지 살 것인지 추정한 수치다.

소득이 높은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일수록 기대수명도 높았다. 서울시민의 기대수명은 83.3세로, 가장 낮은 전남도민(80.7세)보다 2.6년 더 길었다. 강원 철원은 소득에 따른 기대수명 차이가 가장 컸다. 이 지역 고소득층의 기대수명은 저소득층보다 평균 11.4년 길었다.

저소득층의 기대수명이 북한 주민의 평균 기대수명(68.7세)보다 낮은 시·군·구도 14곳이나 됐다. 강원 철원·화천·고성, 충북 음성, 전남 나주·곡성·구례·고흥·해남·무안, 경북 군위·영양, 경남 사천·의령 등이다.

학회는 이날 지자체별 건강수명 격차도 발표했다. 소득에 따른 건강수명 차이가 가장 큰 곳은 전남 고흥으로 21.2년이나 차이가 났다. 이 지역 저소득층은 고소득층보다 20년 일찍 병치레를 한다는 의미다. 건강수명 격차가 가장 적은 곳은 수원 영통(4.4년)이었다. 건강수명이 가장 긴 광역시·도는 서울시(69.7세)였다. 시·군·구 중에선 성남 분당(74.8세)의 건강수명이 가장 길었다. 소득에 따른 수명 격차에 영향을 많이 준 질환은 뇌혈관 질환, 자살, 폐렴, 당뇨병 순이었다.

박진욱 계명대 공중보건학 교수는 “수도권 광역시·도는 기대수명이 길고 소득에 따른 격차도 작았지만 전남 강원은 그 반대였다”며 “광역시·도별 건강 수준을 높이고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