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접기 로봇 팔을 펼쳐 드론이 접근하기 힘든 틈 사이의 물체를 잡는 모습. / 사진=서울대 제공
종이접기 로봇 팔을 펼쳐 드론이 접근하기 힘든 틈 사이의 물체를 잡는 모습. / 사진=서울대 제공
“나와라, 가제트 만능 팔!”이라고 외치면 팔이 길게 늘어나던 고전 애니메이션 ‘가제트 형사’ 속 로봇 팔 기술이 현실화됐다.

15일 서울대에 따르면 기계항공공학부 조규진 교수 연구팀은 종이접기 기술을 활용한 ‘드론 로봇 팔’ 개발에 성공했다. 얇은 소재로 평소 접어뒀다가 필요할 때 쭉 펼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드론 로봇 팔은 딱지처럼 가볍고 얇게 접히면서도 자동우산처럼 펼쳐지고 금방 단단해진다. 기존의 종이접기 로봇이 구조적 한계로 인해 무거운 하중을 견디거나 쉽게 구동하기 어려웠던 약점을 극복한 게 포인트다.

조규진 서울대 교수.
조규진 서울대 교수.
조 교수팀은 로봇 팔에 ‘가변 강성 메커니즘’을 적용해 와이어 한 줄로 접고 펼 수 있도록 했다. 이 메커니즘은 수직으로 놓인 ‘접는 선’이 서로의 움직임을 제약할 수 있다는 종이접기 원리에서 착안한 것. 채 30g이 안 되는 40×40×100㎜의 육면체 구조가 최대 12kg의 압축력을 버틸 수 있다. 또 와이어를 잡아당기면 이 메커니즘이 해제돼 납작하게 접을 수 있다.

유튜브에 공개된 동영상에서 드론 로봇 팔은 아래로 쭉 펼쳐 좁은 계곡에 떨어진 물체를 집거나 나뭇가지 사이를 근접 촬영한다. 평소에는 작게 접어 편리하게 이동운반하고 필요할 때는 펼쳐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공간과 무게의 제약이 심한 드론에 로봇 팔을 달아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극지해저우주공간 등 극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소프트 로봇은 유연한 움직임에 비해 큰 힘을 지탱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개발한 로봇 팔에는 소프트 로봇과 하드 로봇의 중간인 가변 강성 메커니즘을 활용해 평소엔 유연하게 접었다가 필요하면 단단해지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인간중심소프트로봇기술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조 교수의 이번 연구는 《사이언스 로보틱스》 최신판 표지를 장식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저명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소금쟁이 로봇’을 개발하기도 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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