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음성으로 콘텐츠 검색이 가능한 IPTV 셋톱박스인 ‘Btv 누구’를 출시했다.  SK브로드밴드 제공
SK브로드밴드가 음성으로 콘텐츠 검색이 가능한 IPTV 셋톱박스인 ‘Btv 누구’를 출시했다. SK브로드밴드 제공
통신3사의 인터넷TV(IPTV)가 인공지능(AI) 기술과 만나 또 한번 진화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에 이어 SK브로드밴드가 AI 음성인식 기능을 갖춘 셋톱박스(방송수신기)를 내놓으면서 관련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리모컨 버튼을 누르지 않고 음성만으로 원하는 영화를 찾거나 채널을 바꾸는 등 ‘똑똑한 TV’ 시대가 열리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5일 음성검색이 가능한 IPTV 셋톱박스인 ‘Btv 누구’를 출시했다. 이 셋톱박스는 Btv 셋톱박스와 SK텔레콤의 AI 플랫폼 ‘누구’를 결합한 일체형 셋톱박스다.

양사가 IPTV 셋톱박스에 AI 기능을 접목한 이유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TV와 유료방송 셋톱박스를 필수 가전제품으로 이미 사용하고 있어 별도의 기기를 구매해야 한다는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누구의 음성 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목소리만으로 검색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발표회에서 회사 직원이 리모컨에 대고 “아리아, 배우 톰 크루즈와 데미 무어가 같이 나오는 영화 찾아줘”라고 말하자 TV 화면에 두 배우가 주연한 영화 ‘어 퓨 굿 맨’ 포스터가 떴다. 음성검색 기능을 집중적으로 고도화해 업계 최초로 8중 복합 조건(인물, 국가, 장르, 연도, 화질, 가격, 최신, 관객)으로 콘텐츠를 음성검색할 수 있게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윤석암 SK브로드밴드 미디어부문장은 “AI 기반의 유료방송 서비스 중 콘텐츠 검색 결과에서 재검색, 재정렬까지 실행하는 고도화된 검색 기능을 넣은 것은 Btv 누구가 처음”이라며 “풍부한 콘텐츠 정보를 확보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검색 결과 내 재검색 기능도 갖췄다. 예를 들어 ‘2000년대 UHD 화질의 미국 액션 영화를 찾아줘’라고 검색한 다음 ‘저 중에서 무료 영화만 찾아줘’나 ‘러셀 크로가 나오는 것만 찾아줘’라고 말하면 원하는 영화를 보여준다.

홈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도 갖췄다. 집 안 스위치, 세탁기, 공기청정기 등 스마트 기기를 모니터링하고 작동할 수 있다. 누구를 통해 음악, 라디오, 배달주문, 쇼핑, 날씨 알림 등 다양한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Btv가 AI와 만나면서 홈 라이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디오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아스텔&컨 스피커를 장착하고 서라운드 사운드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등 소리 품질에도 신경을 썼다.

SK그룹은 누구를 적용한 기기를 늘려 이용자 기반을 확대할 방침이다.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 유닛장은 “T맵에 이어 Btv에도 AI 플랫폼 누구를 적용하면서 AI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Btv 누구 월 실사용자를 500만 명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Btv 누구 출시로 통신사들의 AI 플랫폼 전쟁이 셋톱박스로 옮겨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T는 지난해 1월 인공지능 IPTV 셋톱박스 ‘기가지니’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당시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앞다퉈 AI 스피커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발빠르게 IPTV 셋톱박스 기능까지 담은 기기를 내놓으면서 시선을 끌었다. 외국어 학습 기능과 유통사와의 제휴를 통한 주문 서비스가 특징으로 꼽힌다. 서비스 1년 만에 가입자 50만 명을 넘어서면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맥을 이해하고 대명사 해석, 복합 질문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음성인식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초소형 AI 스피커인 ‘기가지니 버디’와 어린이용 ‘기가지니 키즈워치’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국내 1위 포털업체 네이버와 손잡고 지난해 말 IPTV 셋톱박스를 보조하는 AI 스피커 ‘프렌즈 플러스’를 내놨다. 프렌즈 플러스 자체는 방송수신 기능이 없지만 셋톱박스와 연동돼 이용자의 음성 검색명령을 인식한다. 주문형비디오(VOD)뿐만 아니라 네이버 엔진을 통해 일반 웹 검색 결과까지 보여준다. 프렌즈 플러스가 없어도 기존 셋톱박스 리모컨을 활용해 음성명령을 내릴 수 있다.

LG유플러스가 IPTV 사업에서 네이버와 협력하는 이유는 엄청난 양의 검색 데이터베이스(DB)를 보유한 네이버의 AI 기술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도 AI 플랫폼을 갖고 있지만 네이버와 실력 차가 많이 있다”며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에 네이버의 AI 플랫폼을 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