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호텔의 실험..."많이 보여준다고 좋은 게 아니다"
모바일 호텔 예약 서비스 데일리 호텔은 2013년 ‘당일 예약’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한국 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호텔의 남는 객실을 싼값에 당일 예약할 수 있는 일종의 ‘타임 커머스’다. 이 서비스를 만든 스타트업 데일리는 한국의 스타트업 가운데 쿠팡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의 유명 벤처캐피탈(VC) 세콰이어 캐피탈로부터 2015년 100억원 이상을 투자받기도 했다. 2017년 기준 누적 다운로드 700만건, 가입자 200만명을 넘어선 대표적 숙박 예약 서비스다.

입사 석 달 만에 회사를 그만두다


데일리의 창업자 신인식 대표는 2011년 여름 삼성SDS 신입사원 모집에 최종 합격했다. 신입사원 연수를 마치고 현업에 배치됐지만 3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그는 스스로를 “지독한 열병에 걸려 회사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열병’은 바로 창업에 대한 의지였다. 그가 열병을 앓았던 이유는 연수 직전에 벌어진 일 때문이었다. 2011년 초 세종대 컴퓨터소프트웨어과 졸업반이던 신 대표는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경진대회 ‘이매진컵’ 한국 예선에서 대상을 받아 소프트웨어 디자인 부문 한국 대표로 선발됐다. 이매진컵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세계 16세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여는 소프트웨어 경진대회다. 매년 공익적인 주제를 정하고 그에 걸맞은 소프트웨어로 경쟁한다.
데일리호텔의 실험..."많이 보여준다고 좋은 게 아니다"
같은해 7월 그는 팀원들과 함께 이매진컵 결선이 열린 미국 뉴욕의 메리어트 마퀴스 호텔에 있었다. 그는 가난과 기아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후원자 그룹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솔루션 ‘드림허브’를 선보였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뛰어나지만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는 세부 실행 방안이 부족하다”는 심사위원들의 질문 공세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본선에서 탈락했다. 여정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그는 JFK 공항에서 “다음번에 뉴욕을 찾을 때는 반드시 내가 만든 상품을 갖고 오겠다”는 다짐을 했다.

패러다임이 바뀔 때 사업 기회가 많이 생겨난다


귀국하자마자 삼성SDS 직원 연수에 다른 사람들보다 2주 늦게 참여했다. 하지만 뉴욕에서 느낀 전세계 또래 학생들의 열정이 계속 아른거렸다. 결국 입사 석 달 만에 사표를 냈다. 2009년 한국에 출시된 아이폰이 촉발한 모바일 붐도 원인이었다. 그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날 때 사업 기회가 많이 생겨난다”며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라도 부딪혀보는 게 더 많은 경험이 될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바로 창업을 한 것은 아니었다. 먼저 KAIST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는 “좋은 동료들을 만나려고 갔다”고 했다. 학교에 다니면서 2012년 첫 창업을 했지만 6개월 만에 접었다. 마이리얼트립처럼 해외의 여행 가이드와 한국인 관광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였다고 한다. 망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부 조직 구성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여러명이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의 경우 CEO와 CTO(기술책임자), COO(운영책임자)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 대표가 처음 만들었던 팀은 6명 모두가 CEO였다. “조직의 역할 분배를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6명이 함께 시작했는데 6명 모두가 공동대표였어요.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 없었죠.”

당일 예약 서비스로 차별화


한 차례 실패가 예방접종 역할을 했다. 대학원 1학년을 끝낸 2013년 1월 제대로 비즈니스를 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대학원을 휴학하고 본격적으로 창업 준비에 나섰다. 왜 하필이면 호텔이었을까. 신 대표는 “어릴 때부터 호텔 사업에 계속 관심이 많았다”며 “세종대에 가면서 호텔경영학을 같이 공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호텔에 대한 사업을 구상하면서 생각한 차별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숙박 예약 앱이 없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당일 예약 서비스가 없다는 것이었다.

2013년에도 기존 사업자들이 만든 모바일 예약 앱은 있었지만 PC 환경을 그대로 옮겨온 탓에 스마트폰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앱은 없었다는 것이 신 대표의 설명이다. 당일 예약은 오늘 남은 호텔의 객실을 최대 70% 할인된 가격으로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다. 미국에선 호텔투나잇 같은 스타트업이 이미 존재했지만 한국에선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없었다.
데일리호텔의 실험..."많이 보여준다고 좋은 게 아니다"
두 가지에 집중해 2013년 8월 정식으로 서비스를 선보였다. 앱을 실행하면 당일 예약할 수 있는 호텔의 리스트를 볼 수 있다. 호텔을 클릭하면 자세한 정보와 위치 등이 나온다. 신 대표는 “사용자층이 20대 위주였는데 이들은 호텔 이용 경험이 많지 않다”며 “처음 호텔을 가는 사람도 부담이 없도록 자세한 정보를 주는 동시에 최대한 직관적으로 간편한 서비스를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제휴 호텔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신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이 주요 호텔들을 일일이 찾아가 설득을 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한 경험도 많았다. 그는 “당시만 해도 당일에 남는 방을 판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호텔 입장에선 예약 상황에 따라 객실 청소 인력 등 근무 인원을 사전에 정해놓는데 당일에 방이 팔리면 인력 배치를 완전히 새롭게 짜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데일리호텔을 통하면 남는 객실이 모두 팔려나간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현재는 포시즌 호텔, 신라호텔 등 대부분 특급호텔과 제휴를 맺은 상태다.

검증된 좋은 숙소 추천에 주력하겠다


처음에는 당일 예약만 가능했지만 예약 가능 기간이 꾸준히 늘어나 지금은 2개월 뒤 날짜까지 예약을 할 수 있다. 다른 숙박 예약 서비스와 별다른 차별점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신 대표는 “당일 예약의 경쟁력은 계속 가져가면서 이용자들이 호텔이나 다른 상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일에 최저 가격으로 올릴 수 있게 호텔들끼리 경쟁하고 그 결과를 고객에게 노출되도록 연결시키는 서비스 뒷단의 시스템 구축에 노하우가 있다”며 “이를 통해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계속 높여나가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차별점은 ‘퀄리티 콘트롤’이다. 현재 데일리호텔과 제휴를 맺은 호텔, 펜션, 레스토랑은 5000여곳이다. 다른 숙박 예약 서비스들이 수만곳의 업체를 보여주는 것과 비교하면 아주 적은 숫자다. 신 대표는 “아무리 많은 숙박업체를 보여줘도 이용자들이 볼 수 있는 업체는 화면 위쪽 몇 군데 밖에 안된다”며 “검증된 좋은 숙소를 추천하는데 주력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아무리 높여도 근본적인 시장 사이즈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베이스 캠프로 싱가포르 지사를 만들었다”며 “지금까지 구축한 시스템적 차별점을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맞춤 서비스를 만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이 최종 목표


현재까지 데일리 호텔의 수익 구조는 예약이 발생할 때 숙박업체로부터 받는 수수료다. 매물 등록에 대한 비용은 받지 않는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손익분기점을 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수익성 개선 작업은 하지만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것이 당장 목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015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세계적 벤처캐피탈(VC) 세콰이어 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한국 스타트업 중에선 쿠팡에 이어 두 번째다. 신 대표는 “구체적 액수는 말할 수 없지만 100억원 이상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데일리 호텔의 아이디어와 이를 위해 수집한 각종 통계에 관심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데일리호텔의 실험..."많이 보여준다고 좋은 게 아니다"
2015년 10월에는 ‘데일리 고메’라는 이름의 식당 예약 서비스도 선보였다. 그는 단순히 숙박 예약에 그치지 않고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비전이라고 했다. “데일리 에어로 비행기 티켓을 구입해 미국 뉴욕으로 가고, 데일리 호텔로 메리어트 호텔을 예약하고, 데일리 고메로 맨해튼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이용하고, 데일리 티켓으로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보는 식이죠. 라이프 스타일 전체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만들겁니다. 데일리 호텔이 시작점입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