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에 담긴 펜 모양 입력 도구인 ‘S펜’ 개발자 정혜순 수석연구원이 S펜으로 그림 등을 그려 이모티콘처럼 보내는 ‘라이브 메시지’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에 담긴 펜 모양 입력 도구인 ‘S펜’ 개발자 정혜순 수석연구원이 S펜으로 그림 등을 그려 이모티콘처럼 보내는 ‘라이브 메시지’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하이, 빅스비! 빨간색 펜으로 바꿔줘.” 갤럭시노트8의 ‘S펜’으로 스마트폰 화면에 그림을 그리다가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를 호출해 이렇게 말하자 파란색 유화붓을 빨간색으로 바꿔줬다. 다시 “하이, 빅스비! 형광펜으로 바꿔줘”라고 하니 펜 종류를 유화붓에서 형광펜으로 바꿔준다.

삼성전자가 지난 15일 출시한 프리미엄폰 갤럭시노트8의 S펜 개발자인 정혜순 수석연구원(42)은 이날 기자와 만나 “S펜은 빅스비 음성명령뿐만 아니라 빅스비 비전(이미지 검색) 서비스도 결합했다”며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이미지 등을 S펜으로 지정하면 비슷한 이미지와 상품을 검색해 준다”고 소개했다.

◆‘움짤’도 직접 만들어 보낸다

갤럭시노트8은 S펜으로 이른바 ‘움짤(움직이는 사진)’을 만들어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에 이모티콘처럼 보내는 기능도 새롭게 추가됐다. 단순한 배경 위에 글자를 적어 보내거나 사진을 배경으로 그림 등을 그려 전송할 수 있다. 정 연구원은 “‘라이브 메시지’라는 이름으로 처음 선보인 기능”이라며 “15초 이내의 움짤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펜으로 외국어 문장을 번역하는 기능도 갤럭시노트8에 처음 적용됐다. 기존에는 단어 정도만 번역해 주는 수준이었다. 정 연구원은 “해외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영어, 일본어 등에 S펜을 갖다 대면 한 문단씩 척척 번역해준다”며 “문장에 화폐 단위 등이 포함돼 있으면 환율 계산까지 해준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서 달러로 표시돼 있는 가격표에 S펜을 갖다 대자 곧바로 한화로 변환해 보여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자서명으로도 활용

‘꺼진 화면 메모’ 기능도 향상됐다. 갤럭시노트8은 화면이 잠긴 상태에서 최대 100장까지 메모가 가능하다. 정 연구원은 “기존에 꺼진 화면에서 메모하면 단순히 포스트잇처럼 한 장만 쓴 뒤 ‘삼성노트’ 앱(응용프로그램)에 들어가 편집하는 방식이었다”며 “하지만 갤럭시노트8에서는 꺼진 화면에서도 곧바로 메모를 수정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S펜의 필기 기능을 전자서명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S펜은 사용자의 11번째 손가락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S펜의 필기 압력은 최대 4096단계로 구분돼 아주 미세한 차이까지도 인식할 수 있어 보안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회사 직원들이 고객의 서명을 받을 때 S펜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전자서명 등은 기업특화 서비스에 우선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일본 디지털펜 업체인 와콤과의 협력을 통해 S펜을 개발해왔다. 정 연구원은 “와콤의 원천기술 등을 활용해 삼성전자가 매년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며 “작년부터는 S펜에 방수 기능까지 더해졌다”고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