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풀린 B형 간염 치료제 하반기에 대거 쏟아진다
국내 제약회사들이 연간 3000억원 규모의 만성 B형 간염 치료제 시장을 잡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1일 한미약품 종근당 대웅제약 보령제약 동아ST 등이 개발한 만성 B형 간염 치료제 20개 품목의 판매를 허가했다. 이들 제품은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가 만든 비리어드(성분명 테노포비르디소프록실푸마르산염)의 화학 구조를 바꾼 염(鹽) 변경 개량신약이다. 염은 약물의 안전성과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원료 물질로 약효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보다 쉬운 염 변경 방식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회피하고 있다.

비리어드는 오는 11월9일 물질 특허가, 내년 11월7일 조성물 특허가 만료된다. 그러나 염 변경 개량신약은 성분이 달라 특허와 관계 없이 판매가 가능하다. 이번에 시판 허가를 받은 제약사 중 두 가지 특허를 모두 회피한 12개 제약사는 우선판매품목허가를 획득한 뒤 두 달간 보험급여 등재를 거쳐 이르면 10월부터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물질 특허가 풀리는 11월부터는 비리어드 복제약도 쏟아질 전망이다. 길리어드는 비리어드보다 안전성과 복약 편의성 등을 높인 후속 제품 베믈리디로 방어에 나선다. 비리어드와 완전히 다른 성분의 국산 신약도 출시된다. 28번째 토종 신약인 일동제약 베시보(성분명 베시포비르)가 보험급여 등재가 마무리되면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B형 간염 치료제를 잇달아 출시하는 이유는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만성 B형 간염은 완치제가 없어 평생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제약사의 지속적인 수익창출원이 될 수 있다. 비리어드의 특허가 만료된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비리어드는 작년 국내에서 연 150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한 815억원어치가 처방됐다. 전체 원외 처방 의약품 중 1위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효능뿐만 아니라 안전성과 복약 편의성, 보험 약가가 하반기 B형 간염 치료제시장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