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라인의 AI 스피커 ‘챔프’
네이버 라인의 AI 스피커 ‘챔프’
인공지능(AI)이 정복한 또 다른 분야로 사람의 목소리를 꼽을 수 있다. 음성 형태의 정보를 문자처럼 인식할 수 있게 되면서 ‘음성 검색’ ‘음성 번역’ ‘음성 비서’ 등의 서비스가 대중화되고 있다. 한국어의 경우 사람의 말을 엉뚱하게 잘못 알아듣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영어 음성 인식률은 사람에 못지않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미국의 일부 맥도날드 매장에서 AI 스피커가 사람 대신 햄버거 주문을 받을 정도다. 구글이 지난 5월 연례 개발자회의(IO)에서 밝힌 자사 AI 시스템의 음성인식 오류 비율은 4.9%였다. 20개의 문장 중 19개의 문장을 정확히 알아듣는다는 얘기다.

◆AI 스피커 전성시대

음성인식 기술의 경연장은 ‘AI 스피커’ 시장이다. AI와 연결된 스피커를 통해 정보 검색과 번역, 음악 스트리밍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피커가 대세가 된 배경엔 사물인터넷(IoT)이 있다. 집안의 가전제품을 연결해 자유롭게 조작하려면 명령을 전달하는 ‘허브’ 역할을 할 기기가 필요하다. TV가 대안이지만 하루에 몇 번 쓸지 모르는 음성 비서 기능 때문에 하루종일 전원을 켜는 게 부담스럽다. 또 다른 후보인 냉장고는 소리를 내보낼 수 없다는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 스피커는 전력 소모가 많지 않은 데다 가격도 150달러 선으로 저렴해 새로운 소비자를 유도하기 적합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이 시장의 맹주는 아마존(제품명 에코)과 구글(구글홈)이다. 앞선 AI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 선점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뒤늦게 이 시장에 뛰어든 애플(홈팟)과 마이크로소프트(인보크)는 고급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AI 스피커를 음악감상용으로 쓰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음질이 좋은 스피커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오는 12월 선보일 예정인 애플 홈팟 가격은 349달러. 150달러 선인 아마존과 구글 제품보다 두 배가량 비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예 스피커 제작을 명품 스피커 제조사로 유명한 하만카돈에 맡겼다.

◆사람의 감정도 읽는다

경쟁자는 그 외에도 많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도 이번주 AI 스피커 신제품을 내놓는다. 국내 업체도 음성비서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AI 스피커 ‘누구’를 출시해 발빠르게 가입자를 확대하고 있다. KT는 올초 AI 스피커 겸 인터넷TV(IPTV) 셋톱박스인 ‘기가 지니’를 내놨고, LG유플러스는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네이버도 일본 자회사 라인과 함께 AI 기술을 담은 스피커 ‘웨이브’와 ‘챔프’를 선보일 계획이다.

AI 스피커의 정복 대상은 ‘메시지’뿐만이 아니다. 사람의 음성 속에 담긴 ‘감정’을 파악한 뒤 기분에 맞는 음악이나 책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시간문제란 설명이다. 이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감정을 읽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아마존과 구글, 애플의 AI 스피커에 적용할 수 있는 개발자용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내놓은 이스라엘 스타트업 비욘드버벌이 선두주자다. 이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서비스 업계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