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정보기술(IT) 서비스 업계의 먹거리는 시스템 통합(SI·system integration)이었다.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서버와 전사적 자원관리(ERP)시스템을 설치해 주고 이 시스템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게 주된 업무였다. 지금은 SI사업 의존도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시작은 2013년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개정이었다. 법이 바뀌면서 공공시장에 대기업이 아예 참여할 수 없게 됐다. 대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삼성SDS, LG CNS, SK C&C 등이 경쟁하는 모습이 자취를 감춘 배경이다.

SI업체는 이미 옛말

기업을 겨냥한 SI시장도 예전같지 않다. 사내에 서버를 설치하고 정보를 관리하는 사례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서다.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경쟁적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사내 정보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생긴 변화다.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사내에 서버와 전산망을 구축할 이유가 없어졌다.

업계에서는 발주처의 요구에 맞춰 IT 인프라를 구축해 주는 ‘수주산업’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솔루션산업’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독자적인 IT 서비스 기술이 없으면 생존이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LG CNS 관계자는 “이제 사내에서도 SI업체라는 말 자체를 쓰지 않는다”며 “ICT 솔루션이 주된 먹거리”라고 말했다.

국내 IT 서비스 빅3 업체들의 사업 전략은 제각각이다. 물류와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IT 서비스를 첨가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 삼성SDS는 물류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업무처리 아웃소싱) 사업에서 활로를 찾았다. 올해 이 사업을 통해 기대되는 예상 매출이 4조원에 달한다. 물류에 사물인터넷(IoT) 등의 첨단 기술을 결합해 외부 고객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류 현장에서 사람이 관리하던 정보를 IoT센서가 대신 수집한 뒤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관리하는 게 특징이다. 화물의 모니터링부터 위험 탐지, 개별 물품의 실시간 추적 등이 가능하다.

4차 산업에 집중

LG CNS는 세계 각국에서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스템 구축사업을 수주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미 업력이 상당하다. 글로벌 조사기관인 네비건트 리서치의 ESS SI 분야 경쟁력 평가에서 아시아 1위, 글로벌 7위 업체로 평가받기도 했다.

LG CNS가 에너지 분야에 집중하는 것은 계열사인 LG화학과의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LG화학의 리튬폴리머형 ESS 전용 배터리와 LG CNS의 ICT 솔루션을 함께 공급하는 방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ESS의 세계시장 규모는 2020년 150억달러, 2025년에는 292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능형 공장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도 LG CNS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공장의 에너지 관리 보안 등 제조 현장 전체를 ICT 솔루션으로 관리한다. 공장 자동화에서 한 발 나아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있다. IoT 센서를 이용해 수집된 정보를 클라우드 환경에서 빅데이터로 분석하고 작업자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며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SK C&C는 인공지능(AI)과 IoT에 기반한 ‘서비스 플랫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의료, 금융, 유통 등의 분야에서 AI의 쓰임새가 다양해질 것으로 판단한 전략이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AI 비서 에이브릴을 공개하기도 했다.

IT 서비스 업체들은 IoT와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4차 산업의 근간이 되는 핵심 기술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기존 솔루션에 새로운 기술을 꾸준히 덧붙여야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부가가치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클라우드와 모바일을 기반으로 정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외부 공격으로부터 정보를 지키는 보안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삼성SDS는 2015년 9월 보안시스템업체 시큐아이닷컴을 인수하며 보안사업을 강화했다. LG CNS는 2014년 계열사 LG엔시스의 보안사업을 이관받았다. SK C&C는 보안자회사 SK인포섹과 클라우드사업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