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의 대변신
장내 미생물 덩어리인 대변이 건강을 되찾아주는 명약으로 환골탈태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으로 생긴 대장염을 치료하기 위해 타인의 대변 속 미생물을 이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를 활용한 신약 개발 연구가 활발하다.

서울성모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국내 5~6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는 위막성 대장염 환자 치료에 대변이식을 활용하고 있다. 위막성 대장염은 항생제 때문에 장속 미생물 분포가 바뀌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이 정상보다 많아지는 질환이다. 환자는 심한 설사를 하는데 항생제 치료를 하면 30% 정도가 재발한다. 폐렴 등으로 몸이 약해진 환자는 사망하기도 한다. 대변이식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 식염수를 넣어 섞은 뒤 환자 대장에 뿌리는 치료다. 최명규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환자의 건강한 가족이나 의사의 대변을 활용하는데 재발 환자에게 특히 효과가 좋다”며 “건강한 사람의 미생물이 환자의 장속에 들어가 미생물 균형을 맞추는 원리”라고 했다.

인체에는 100조 개의 미생물이 있다. 장속 미생물은 각종 감염을 막고 면역체계를 조절한다. 미생물 균형이 깨지면 여러 질병이 생길 수 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공대 연구팀은 파킨슨병 증상이 장내 미생물과 연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이 같은 원리를 활용해 서비스 개발에 나서는 국내 바이오 기업도 늘고 있다. 지노믹트리는 대변으로 대장암을 진단하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바이오뱅크힐링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유익균을 뽑아 냉동했다가 필요한 환자에게 투여하는 대변은행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해외 기업들은 성과를 내고 있다. 나스닥 상장사인 세레스 테라퓨틱스는 장내 미생물 분석 서비스 등으로 지난해 매출 2176만달러(약 245억원)를 올렸다. 장내 미생물에서 유익균을 추출해 신약개발도 하고 있다. 대변으로 대장암을 검진하는 이그젝트 사이언시스의 지난해 매출은 9900만달러(약 1115억원)다. 글로벌 제약사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로슈와 화이자는 장내 미생물을 분석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세컨드게놈에 4260만달러(약 480억원)를 투자했다. 일본 다케다약품공업도 캐나다 스타트업과 장속 미생물을 활용한 신약 개발을 시작했다.

이지현/임락근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