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까지 조절하는 식욕억제제 콘트라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만 비만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건강검진 수검자 중 34.1%가 비만으로 나타났다. 2010년 32.1%에서 5년 새 2%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비만은 당뇨와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을 일으키는 만병의 근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규정했을 정도다. 편리해진 생활환경과 과도한 영양섭취, 운동부족 등이 비만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UCL) 공공보건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만성 스트레스도 비만의 위험 인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발생 시 분비되는 호르몬 코르티솔이 비만과 대사증후군을 일으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식탐(食貪)을 유발하는 것도 비만에 영향을 미친다.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고지방, 단 음식을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비만 인구 증가로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도 날로 커지고 있다. 환자 특성에 맞는 다양한 처방도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식탐을 조절하면서 비만을 치료하는 신약 ‘콘트라브’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바이오기업 오렉시젠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비향정신성 식욕억제제다.

국내에서는 작년 6월부터 광동제약이 판매하고 있다. 콘트라브는 우울증 치료제인 부프로피온과 알코올성 의존증 치료제인 날트렉손이 복합된 약물이다. 부프로피온은 음식 섭취 행동 유발에 관여하고 날트렉손은 음식 섭취 후 느끼는 즐거운 감정에 관여해 식탐을 조절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IMS헬스에 따르면 콘트라브는 지난 2월 기준으로 미국 시장에서 45%의 점유율로 큐시미아 벨빅 삭젠다 등 경쟁제품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콘트라브는 4031명을 대상으로 한 56주간의 임상연구 결과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콘트라브를 복용한 시험 대상자의 60~80%가 5% 이상 체중이 줄었다.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혈중 중성지질 감소와 HDL-콜레스테롤 증가, 제2형 당뇨 환자의 당대사 임상연구에서도 유효성을 입증했다.

비만 치료제는 단기적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장기 복용하는 사례가 많다. 콘트라브는 장기간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만성적인 증상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광동제약 측 설명이다.

그러나 치료제를 선택하기 전 전문의와 상의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제를 처방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